정부ㆍ기업 "여수 엑설런트 마지막까지"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도시 선정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와 민간의 유치 노력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 막을 내린 세계박람회기구(BIE) 제141차 총회의 3개 후보도시 실사 보고서에서 여수가 '탁월하다(excellent)'는 평가를 받으며 유치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BIE 사무총장이 한국을'엑설런트'라고 표현하며 한국,모로코(탕헤르),폴란드(브로츠와프) 순으로 실사결과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BIE 집행위원장도 "한국은 유치 의지와 관련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특히 3D시뮬레이션이 특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경쟁도시들에 대해서는 "모로코는 침체돼 보였고 폴란드는 바웬사 전 대통령의 출연(만)이 특이했다"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강무현 해수부장관,김재철 유치위원장,박준영 전남도지사,오현섭 여수시장 등은 지난주 파리에서 열린 BIE총회에 대거 참석,적극적인 유치 외교전을 벌였다. 정부는 특히 개발도상국 환경·해양문제 해결을 위한 '여수 프로젝트'에 1000만달러의 환경기금을 출연하는 것을 비롯,지구온난화 문제 지원 등에 총 3000만달러를 출연하겠다는 제안으로 BIE 회원국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먼저 유엔환경계획(UNEP),국제해사기구(IMO),유엔지속개발위원회(UNCSD) 등과 공동으로 개발도상국들의 시급한 환경·해양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여수 프로젝트'에 1000만달러를 기여키로 했다. 여수엑스포 유치가 확정되면 200만달러를 우선 투입해 타당성 조사를 위한 시범프로젝트를 내년부터 2012년까지 수행하고 2012년부터는 800만달러의 정부 지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것.여수 프로젝트를 확대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기업 후원금 등의 추가기금도 조성해 총 1억달러의 기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조성된 기금으론 개별국가의 신청을 받아 국제기구와 국제 전문가들이 해수면 상승이나 해수담수화,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같은 과제를 선정해 공동으로 조사,연구,개발 등을 진행하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국제기구가 수행하는 지원사업에 2000만달러를 출연,내년부터 5년간 시행키로 했다.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유산을 남기겠다는 계획을 천명한 여수선언도 발표키로 제안했다. 2012년은 스톡홀름선언 40주년,나이로비선언 30주년,리우선언 20주년,요하네스버그선언 10주년 등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인류의 노력과 관련있는 의미있는 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상징이라고. 여수 선언은 △바다와 인간의 상호의존성 △바다와 연안보존 필요성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위기해결을 위한 국가 및 국제기구,시민사회,기업체 간 협력의 중요성 등을 담을 예정이다. 박람회 유치 직후 기초연구에 착수해 2010년 초안 마련을 위한 워킹그룹을 설립하고 2012년 박람회 기간 중 여수선언을 채택한다는 것. 박람회 주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결집하고 박람회 개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정부는 여수박람회의 주제인 '살아있는 바다,숨쉬는 연안'도 일부 내륙국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인만큼 개도국과 국제적인 학자들의 지지를 유도해서 유치 성공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민간 부문의 유치 노력도 눈부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주 열린 제주평화포럼에서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민간외교활동을 벌였다.

제주평화포럼은 세계 전·현직 각료,정치·경제지도자와 학계,언론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 정 회장은 세계박람회기구 회원국 주한대사 등에게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의 의미와 당위성을 설명하고 각국 정부가 박람회 개최국으로 한국을 지지할 수 있도록 포럼 참석인사와 주한 대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가경쟁력과 국제행사 개최경험,주제의 시의성과 BIE실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유치경쟁국들에 비해 앞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집결해서 전방위 유치 교섭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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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경쟁 후보지 장단점은

여수박람회 개최는 남해안 지역의 균형발전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5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1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최후보지 간 막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해 앞으로 남은 5개월이 '외교전'의 결정적인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97개 BIE 회원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에 따라 개최 후보지들 간의 장단점에 대한 평가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 도시들의 장단점을 살펴본다.

현재 여수가 가장 앞서 있는것으로 보이지만 모로코 탕헤르가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는 박람회 개최 시 유럽 국가 간 연계 강화라는 효과 외에 특별히 개최효과로 부각되는 내용이 없어 여수와 탕헤르에 비해 꽤 뒤처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는 것.

모로코 탕헤르는 이슬람권 및 아프리카 최초 개최라는 점을 강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모로코가 왕국체제로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국왕이 강력한 유치의지를 지닌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프리카와 유럽국가들에 대한 왕실외교의 파괴력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 탕헤르가 국제적인 휴양지로 여수보다 인지도가 높다는 것도 걸리는 점이다. 프랑스 스페인과의 정치·경제적 특수관계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반면 BIE회원국 중 미수교국이 32개국에 달하고 44개국에 공관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박람회 개최 능력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는 유럽지역 국가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경제에서의 여가문화'를 주제로 들고 나왔다. 폴란드는 유럽 중동부 지역의 최대시장이며 2010년 유치활동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유치활동 지원이 강화된 점이 다르다. 그러나 개최지의 인지도가 낮고 연정체제 등 정국불안 요인 등이 감점 요인이다.

현재 BIE 100개 회원국 중 유럽이 36개국으로 가장 많으며 중남미(26개국),아프리카(14개국),아시아(13개국),중동(8개국),오세아니아(3개국)순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