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도… 캐릭터도… 스토리도 내맘대로

요즘 마케팅의 화두는 '나'다.

텔레비전에 쉴새없이 나오는 광고는 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 통신회사에서는 "나는 나를 좋아한다"며 나르시시즘을 공개적으로 내세웠다.

모 은행은 영문 기업명을 홍보하면서 'I(나)'를 제일 앞에 두고 있다.

패션도 마찬가지.획일적으로 찍어낸 듯한 '프레타포르테(기성복)'가 아닌 나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한 '오뜨 꾸뛰르(맞춤복)'가 뜬다.

더욱 저렴해지고 편리해졌다.

기본 틀은 정해진 상태에서 색상과 소재를 직접 골라 전혀 색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의상이 인기다.

전자제품도 그렇다.

막연하게 대중을 겨냥해 이것저것 기능들을 구겨 넣었던 '컨버전스'에 서 개인이 필요로 하는 특정 기능만을 갖춘 '디버전스'로 모양새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나'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곳은 IT업계다.

인터넷 세상을 휩쓴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열풍 역시 내가 주체가 돼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커스터마이즈(개인에 맞게 설정을 바꿈)'라는 말도 있다.

즉 1인칭 관점으로 모든 것을 재구성한다는 뜻이다.

CJ인터넷이 올여름 서비스할 예정인 다중접속온라인역할게임(MMORPG) '완미세계'는 무한히 자유로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한다.

말 그대로 게이머가 마음껏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는 얘기다.

머리 모양이나 얼굴형,몸매는 기본이고 눈 코 입 등 얼굴의 각 부위를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부터 세상에 존재하면 곤란할 것 같은 괴물까지 표현 가능하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을 즐겨하는 20대 남성 게이머는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내 캐릭터와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캐릭터를 보면 금방 싫증이 난다"고 꼬집었다.

CJ인터넷의 한 관계자는 "특히 게임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게 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특성상 완미세계의 획기적인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혁신적인 개인 인터페이스(사용자이용환경)를 제공한다.

게이머는 자주 사용하는 기술이나 행동 등의 단축 버튼을 12개씩 6묶음까지 설정할 수 있고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최대 60개까지 화면에 띄울 수 있다.

또 적의 체력을 확인하거나 직업별로 존재하는 캐릭터 고유의 기능을 표시하는 등 게임 내 세부적인 내용까지 내 마음대로 구성 가능하다.

1인칭 시점으로 화면을 보는 총싸움게임(FPS;First Person Shooting)을 빼놓을 수 없다.

게임 속에서 1인칭 시점은 게임 캐릭터가 보는 시야를 게이머가 똑같이 보게 되는 것으로 예를 들어 길을 따라 걸으면 이 걷는 속도에 맞춰 화면이 흔들리며 움직이는 식이다.

일부 여성 게이머들은 "시야가 흔들려 어지럽다"며 불편을 호소하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1인칭 시점이야말로 총싸움게임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PC방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CJ인터넷의 '서든어택'을 비롯해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네오위즈의 '스페셜포스',넥슨의 '워록',총싸움게임의 명가 네오위즈의 '크로스파이어',프리챌의 '투워',한빛소프트의 '테이크다운',싸이칸엔터테인먼트의 '페이퍼맨' 등이 비교적 상위권에 랭크된 총싸움게임들이다.

앞으로도 줄잡아 10여개의 총싸움게임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1인칭 시점의 총싸움게임이 가진 매력에 수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고 있다.

게임뿐만 아니라 인터넷분야도 유사하다.

검색사이트 구글 또한 1인칭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개인이 자주 찾는 사이트와 검색어 목록으로 성향과 선호를 데이터화해 특정 정보만 골라보는 '개인 특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같은 서비스는 취업이나 여가활용 등 사적인 관심사나 질문에도 답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화되고 세분화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2000만명이 가입해 170만달러 규모의 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상현실 3D 서비스 '세컨드라이프'.세컨드라이프를 서비스하는 린든랩은 자사의 성공 비결에 대해 가상현실 공간 내에서 개인이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높은 자유도에 있다고 밝히기도 한다.

개인의 개성은 돈과 직결된다.

직접 제작한 아이템 판매로 연간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사용자가 있을 정도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