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 영문학 박사, 박종화어학원 원장

공부를 할 것인가 인생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볼 것인가 하는 좀 더 여유 있는 학생이라는 신분과는 다르게 직장인이란 공부하기가 직장 입사하기 보다 더 어렵다. 학원에라도 다닐라치면 부장님 눈치가 보이고, 책장 한 장 슬쩍 넘겨보려고 해도 동료의 시샘 또한 팥쥐 저리가라다. 그런 상황에서 너울너울 시간이 가다보니 회사에 외국인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멀찌감치 자리에 서서 뒷짐 지고 서있어야 하고 그리 아니 하려해도 꽁무니가 저절로 빠진다. 부장님이 손짓하시기에 버얼건 얼굴로 용기를 내서 한 마디 말을 주고 받다보면 혀는 꼬이고, 다리는 힘 하나 없이 후들거리고,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나온다. 그러다보니 영어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못해 시릴 정도이나 어떻게 공부를 한단 말이냐, 한탄 또한 깊다.

그러니 “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세월아 네월아 네가 느린지 내가 느린지 무심코 따져보자 하는 시절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하나를 공부해도 열을 알 수 있는 묘책이 그리운 다급한 양반들이 바로 직장인인 것이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경제적으로 공부할까? 한국의 영어학습자들이 어휘에 쏟은 시간과 노력을 경제 가치로 따져보면 한 해 수 조원 아니 수 십 조 원은 될 것이다. 손톱을 물어뜯을 정도로 아깝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일부 선배들은 ‘콘사이스’라고 불리던 영어사전을 한 장씩 외우고 씹어서 삼켰다는 무용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사전의 어디에도 “사전” 이라는 단어의 뜻으로 “씹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일종”이라는 뜻은 없다. 요즈음 모든 분야의 발전이 어지러운 속도를 느끼게 한다니 공부에 있어서도 경제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영어의 기본적인 블록, 즉 기본 단위가 되는 단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크게는 네 가지가 있다고 본다. 그 중의 하나는 쉬운 단어만 가지고 새로운 단어를 공부하는 방식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사무실에서 잘 저지르는 실수, 즉 ‘blunder'라는 단어는 눈이 멀었다는 ’blind'라는 단어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그야말로 낫 놓고 기역자 찾기인 셈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된 단어도 수 천 개는 된다. 두 번째로는 어원으로 공부하는 방식이다. 가령, 물건을 만드는 공장, 즉 ‘factory'나, 만든 이야기, 즉 ’fiction'이라는 단어에서 생각할 때 ‘fac-' 또는 ’fic-'라는 어원은 ‘만들다’가 된다. 그러니 그물로 고기를 잡듯 한꺼번에 모아서 집단으로 외우는 방식인 것이다. 셋째로는 신화, 설화로부터 공부하는 방식이다. 가령 사랑을 맺어주는 신이 ‘Cupid'인데, 담겨진 의미는 ’사랑과 욕망‘이다. 따라서 cupidity는 ’욕심‘이라는 단어이며, covet은 ’탐내다‘라는 뜻을 갖게 된다. 여기에서 이렇게 반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 방법도 좋은데 그 방식을 어디에서 구하고 찾느냐 말이다. 박종화어학원에 오시라는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시중에는 어원에 의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사실은 너무 많이 나와 있다. 심지어는 박종화도 써놓았으니 말이다. 하긴 그런 말도 있다. “글은 지가 쓴 게 제일 예뻐 보이고, 부인은 남의 부인이 더 예뻐 보인다(?)” 아무튼 위에 소개한 방식 세 가지 외의 마지막 하나가 마구잡이로 외우는 방식이다. 이 방식만 의존하다 보면 그야말로 비경제적인 방식이 되는 셈이다.

아무쪼록 직장에서는 영어는 잘 하되 영어 공부하느라 시간 허비하지 않는 사람을 원하니 참으로 문제는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단어부터라도 경제를 타야 할 일이다. 그러나 끝으로 공부를 해나갈 때 사전을 씹으며 공부했던 선배들의 피나는 노력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연속적으로 토플을 24년 간 강의한 국내 최고의 베테랑 강사 중의 하나이며, 숭실대학원 영어교육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기도 하였으며, EBS 텔레비전 토익을 진행하여 영어 교육에 힘써 오고 있다. 토플, 토익, SAT의 어휘 및 영작에 있어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가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출판사인 롱맨에서 'Longman Vocabulary'를 출판하여 영어 어휘 공부의 성경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말꼬리 잡고 Vocabulary>, <박종화 토플 길들이기>, <토익 2400제>, <토플영작> 등 60권이 넘는 교재를 집필한 국민영어 교육자이다. 또한 한국경제신문 웹사이트 한경닷컴에 '므흣한 영어' 코너를 매일 연재하고 있어서 영어회화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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