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暎漢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미국의 제안으로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노동과 환경,의약품 등 7개 분야에 대한 추가협의가 있었다.

이 회의에서 미국 측은 미국 무역촉진권한(TPA) 만료일인 이달 30일 이전까지 추가협상을 마칠 것을 제안했다.

우리 협상단은 협정문 서명은 예정대로 하되 추가협상은 협정 서명과는 별개로 이후에도 지속할 것을 제의한 상태다.

TPA 만료일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협상을 들고 나온 미국 측의 의중(意中)과 그 배경을 면밀히 분석하고,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전략을 가다듬을 때다.

우선 이번 한·미 FTA 추가협상은 미국의 국내 정치논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외(對外) 통상협상 권한은 미국 의회에 주어져 있는 가운데,무역촉진권한법에 의해 올 6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행정부에 위임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미국의 대외통상협상 전략은 미국 의회의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즉 지난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으로 부상(浮上)한 민주당 입장에서는,다수당으로서의 실력행사를 유권자에게 보여줄 기회가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한국의 자동차 및 쇠고기 시장 진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미국업계의 입장을 고려하여,미국 정치권은 다양한 형태의 압박수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미국의 노동 및 환경 관련 규정이 한국보다도 국제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 관련 의제(議題)와 함께 추가협상을 요구해온 배경을 이해할 만하다.

둘째 한·미 FTA 추가협상이 미국 민주당의 실력행사라는 정치적 의도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결과적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적 통상압력 수단으로 귀결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미국 측의 주장대로 7가지 추가협상 의제들은 일견 '협상의 균형'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노동 및 환경부문에서 '노동 결사(結社)의 권리'나 '멸종위기 동식물 관련 국제협약' 등의 국제적 규범을 위반했을 때 '일반분쟁해결절차'에 의하며,무제한의 무역 보복을 허용하자는 미국 측 제안이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는 소지를 최소화하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위와 같은 추가협상의 배경과 그 파장을 고려할 때 우리정부는 더더욱 국제협상의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즉 실질적 협상기간이 1주일도 채 되지 않게끔 추가협상을 제의해온 미국 측 태도는 국제협상 관례를 무시한 일방주의적 태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협정 서명과는 별개로 국내 협의 절차를 거친 뒤 추가협상에 임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현재와 같이 보호주의적인 민주당이 대세(大勢)를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무역촉진제도에 의한 찬반 투표가 오히려 한·미 FTA의 비준에 불리할 수도 있음을 고려해,추가협상 시기와 관련해서는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의회의 보호주의적 회귀(回歸)와 추가협상 요구,또 이로 인해 더욱 비등해지고 있는 국내의 소모적 논란은,우리로 하여금 대외통상정책의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게 한다.

미국은 우리가 절대로 포기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없는 우리의 주요한 시장이다.

한편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 된 중국 및 유럽연합(EU)과 FTA를 체결할 때의 시장확보 효과는 미국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은,이들 국가의 수입관세가 미국보다 3~4배 높다는 사실이 잘 보여준다.

이미 협상이 시작된 EU와 또 향후 시작될 중국과의 협상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이를 위한 내부 협상 및 산업구조조정에 국민적 합의를 모아 힘써야 할 때다.

바로 이런 노력들이 한·미 FTA의 여러 난관들을 쉽게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우리의 대(對)EU 협상에 미국이 가장 긴장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FTA를 통한 시장 확보와 경제효율성 제고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