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남 남해군 문화체육센터에서는 남해군과 백송종합건설이 2012년 말까지 서면 중현리 일대 330만㎡(약 100만평)에 조선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백송종합건설은 부산 등에서 주택 시행사업으로 성장한 중견건설사다.

조선업 경험이 전무한 이 회사는 지난 4월 남해군에 사업을 제안,2개월여 만에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전남 목포 대불산업단지에서는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중공업의 블록(선박의 부분품)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남해안에 신규 조선소 추진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조선소 13곳 신설 설비 과잉 우려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함께 남해안 일대에 새로 건설하려는 조선타운은 13개 지역 3630만㎡(1100만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면적(254만평)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연관 산업단지와 배후 주거단지를 제외한 조선소 면적만 670여만평.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대 조선소 면적의 배에 육박한다.

전라남도에서는 신안 압해(446만평),해남 화원(280만평),고흥 도양(91만평) 등 6개 지역에서 11개 기업이,경상남도에서도 남해 서면(100만평),통영시 안정·덕포·법송(94만평),고성군 양촌용정·장좌·내산(70만평) 등 7개 지역에서 9개 기업이 지자체와 함께 조선단지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개발 열풍은 조선경기 초호황이 이어지면서 중견그룹과 그동안 대형 조선사에 블록을 납품하던 업체들이 잇따라 '직접 배를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규 조선소들이 빨라야 4~5년 뒤에나 중소형 선박을 건조할 수 있고 그때쯤이면 중국과 치열한 원가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거침없는 투자가 '시장의 실패'를 부르는 과잉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장섭 조선공업협회 부회장은 "아무리 길게 봐도 지금 같은 초호황은 4∼5년 지속되기 힘들다"면서 "특히 중소형 선박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이미 넘어가고 있어 불황이 닥칠 경우 신규 조선소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대형 조선사들도 부지가 없어 중국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그대로 있다가는 중소형 선박 시장까지 중국이 독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런 논란 속에 잇달은 투자가 '시장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산업자원부 중심으로 지자체,조선공업협회,금융기관,전문가 집단 등이 참여하는 가칭 '조선산업협의회'를 이달 초 구성했다.

해남.거제=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