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챔피언 기업' 탄생 예고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역내 정치 통합의 밑거름이 될 '개정조약(reform treaty,미니 조약)' 체결을 합의한 것과 관련,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는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유럽 챔피언(European Champions)' 기업을 탄생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들은 EU 대통령 직과 외교정책대표 직을 신설하고 회원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 조약에 최종 합의했다.

당초 생각했던 EU 헌법과 달리 회원국들의 국민투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니 조약으로 불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조약은 지금까지 EU가 고수해온 입장과 다른 이론적 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유럽 챔피언의 출현을 촉진시키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럽 챔피언이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대외 경쟁력을 키운 거대한 기업을 의미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떠오르는 신흥경제국 기업들과 대항할 수 있는 유럽 통합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2004년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 경영난에 빠진 자국 엔지니어링 기업 알스톰을 구제한 사례가 있고,제약회사 사노피와 아벤티스 간 합병도 적극 중재한 점을 들면서 앞으로 챔피언 기업 육성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사르코지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세금 감면,노동시장 유연화 등 각종 시장주의적 정책들과 맞물려 거대 기업 탄생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군소 회원국 등 EU 일각에서는 챔피언 기업이 역내 경쟁력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 '챔피언 기업' 탄생 예고
다시 말해 유럽 챔피언이란 발상은 한 기업의 독과점 문제 등을 발생시켜 시장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사르코지 대통령은 "경쟁이란 하나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경쟁이란 도그마(신조)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는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한때 논의됐던 '자유롭고 왜곡되지 않은 경쟁(free and undistorted competition)'이란 조항을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들은 EU가 창설 이후 50년 동안 간직해온 '자유롭고 왜곡되지 않은 경쟁'이란 문구의 삭제는 EU의 반독점 노력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페렌츠 주르차니 헝가리 총리도 "일부 회원국이 자유로운 경쟁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사르코지 대통령의 유럽 챔피언 구상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