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은 24일(현지시간) 77차 연차보고서를 통해 점증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포함,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 네 가지를 제시했다. 글로벌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이 글로벌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통화 및 환율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BIS는 우선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37%나 급등한 유가와 임금 상승 및 설비가동률 증가가 맞물려 인플레이션을 촉진시킬 위험이 있다는 게 BIS의 진단이다.

BIS는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국내 여건을 감안하되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각국의 통화정책은 그동안 팽창적이었다가 작년부터 다소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여전히 팽창적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BIS는 예기치 못한 금융 쇼크의 발생 가능성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BIS는 "대부분 자산가격이 상당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무감각해졌고 호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차입과 자금조달이 늘어났다며 예기치 못한 금융 쇼크가 발생해 역시 글로벌 시장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도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미국 경제가 주택경기 침체에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클 것이란 점에서다.

이와 함께 국가 간 경상수지 불균형으로 급속한 환율 변화가 발생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BIS는 밝혔다.

BIS는 환율과 관련해 달러화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엄청난 데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의 강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아울러 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해 분명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BIS는 "1998년 가을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불과 이틀 사이에 10% 이상 급등했다"며 "엔저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엔 투기에 관여하는 이들은 1998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