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선고 기업, 글로벌 회사로 일궈

"삼성종합화학(현 삼성토탈)은 선천성 불구 기형으로 잘못 태어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발표할 당시에 내린 진단이었다.

1991년 공장 준공을 마치자마자 세계 유화 시장 불황으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애물단지'로 낙인 찍힌 것.이 때 삼성종합화학은 '부도' 직전의 상태였다.

2001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고홍식 사장(사진)이 삼성종합화학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떨렸다.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면,나부터 부두로 나가 대산 앞바다에 뛰어들겠다'고 했죠.같이 죽자는 게 아니라 함께 살고 싶었습니다."

그 때부터 삼성종합화학의 처절한 몸부림은 시작됐다.

살기 위해서였다.

두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을 단행하고,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상여금을 회사에 반납하는 등 눈물겨운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2002년부터는 혁신운동을 통해 3년간 비용을 2500억원이나 줄였다.

2003년 고 사장은 50여차례에 걸친 해외 출장 끝에,세계적 유화기업인 프랑스 '토탈'과의 합작을 이뤄냈다.

삼성종합화학에서 변신한 삼성토탈은 유화업계의 위기론이 시작된 지난해도 영업이익 4250억원(12.8%)을 기록했다.

'사망선고'를 받았던 삼성토탈이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