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빠진 '反FTA 정치파업'… 동력 완전 상실

금속노조는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가 불참한 가운데 25일 예정대로 '한·미 FTA 반대' 정치파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한마디로 '완전한 실패'였다.

현대차의 불참으로 이미 파업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GM대우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이날 파업 대신 '임금교섭 전진대회'를 열었다.

주력 사업장에서 파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반(反) FTA 구호'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현대차 등에서는 금속노조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대두되고 있다.

올해 조합원 15만명의 거대 산별노조로 출범한 금속노조는 출범 첫 해부터 존재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참여율 10%대에 불과

금속노조는 FTA 순환 파업 첫날인 이날 전북과 충청지역에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지만 조합원들의 참여율은 10%대로 극히 저조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노조는 캄코,모딘코리아 등 17곳으로 대상 조합원 2만여명 중 2300여명만이 참여해 11.5%의 낮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GM대우자동차 군산공장 등 15개 노조의 조합원 2800여명도 같은 시간대에 근무는 하지 않았지만 FTA 파업 대신 임단협 관련 총회나 교육 등 조합활동시간으로 활용,사살상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GM대우 군산공장의 경우 정치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반영,2007년 임금교섭 전진대회로 대체했다.


◆28∼29일 총파업도 불투명

금속노조는 25∼27일까지 권역별 순환파업에 이어 28~29일에는 전국적으로 6시간씩의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주력 부대 격인 완성차 업체 노조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총파업 역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 노조가 부분 파업을 철회하는 대신 28∼29일 총파업은 참여키로 했지만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조합원들과 시민들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울산 지역 140여개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가 26일 이 단체 회원과 학생,주부 등 1만5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 철회 촉구 행사를 열 예정이어서 지도부가 느끼는 압력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GM대우,쌍용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쌍용자동차 등 일부 업체의 경우 FTA 반대 파업 불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 "정치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정적 정서를 감안,28∼29일의 전국 파업 때는 현장 상황을 지켜 보며 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탈퇴 움직임

명분 없는 정치파업에 조합원들이 반기를 들면서 이제는 금속노조 탈퇴와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원들의 노조 집행부가 28∼29일 정치파업을 강행한다면 금속노조 탈퇴 서명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게시판에 "현장에서는 대다수 조합원들이 정치파업을 반대하고 있다"며 "정치파업을 계속하면 금속노조 탈퇴 서명 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아이디가 '여명의 눈동자'인 한 조합원은 '한·미 FTA 파업 전면 철회,결단하라'는 글을 통해 '노조는 조합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상급단체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현대차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파업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전문가들은 "금속노조의 선봉장인 현대차가 '반기'를 들면서 금속노조의 통제력 약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윤성민/울산=하인식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