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축이 된 토종자본 연합이 '외환은행 구하기'에 나섰다.

200조원의 자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으로선 주식투자 등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안정적 투자처로 은행 인수가 대안이 될 수 있는데다 외국계 자본(론스타)으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공공성도 확보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론스타가 법원 판결 전 외환은행 매각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보다는 토종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편이 낫다는 여론과 토종자본을 선호하는 외환은행 내부 정서 등이 맞물려 국민연금이 인수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도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전략적 투자자'로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인수·합병(M&A) 시장 참여를 적극화해야 하는 입장인데다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되찾아 온다는 공공성 차원에서 외환은행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M&A 시장에서 재무적 투자자 역할에 머물러 왔다.

지난해 벌어진 외환은행 인수전에선 하나금융 컨소시엄에,LG카드 인수전에선 신한금융 측에 각각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안에서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변재진 장관은 최근 "국민연금이 우리금융 인수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해 국민연금이 향후 M&A에 전략적 투자자가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도 "국민연금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면 론스타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민연금이 전략적 투자자로서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우리금융 등 금융권에 대형 매물이 예고된 상황에서 토종자본 역할론이 부각됨에 따라 국민연금이 (우리금융보다) 돈도 적게 들고 법적인 걸림돌도 적은 외환은행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외환은행이나 우리금융,둘 중 하나는 반드시 인수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자격과 실탄은 충분

은행법상 금융자본을 4% 이상 인수하기 위해선 '금융주력자'여야 하고 10%가 넘는 주식을 인수할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국민연금의 업종은 표준산업분류 체계에 따라 좁게는 연금업,넓게는 금융업으로 분류돼 있어 금융기관에 해당한다.

따라서 외환은행 인수에 별다른 법적 걸림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면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회사가 금융지주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는 규정에 저촉받아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금감위 승인 과정에서 재무건전성과 금융산업의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점검받게 된다.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4조5000억~5조50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이 올해 목표한 대체투자금액은 4조6000억원이며 상반기 중 일부 투자를 집행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계획이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자체 자금은 1조~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만일 대체투자 한도가 넘어서더라도 운용위원회에서 금액을 상향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걸림돌은 없나

국민연금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여론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론스타가 지난주 외환은행 지분 13%를 팔아치운 데 이어 나머지 지분 51%의 매각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돈으로 외환은행을 사들여 론스타의 탈출을 돕는다는 여론이 일 수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록 파기되긴 했지만 국민은행이 이미 작년에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맺은 적이 있는 만큼 새삼스레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주장은 논리가 서지 않는다"며 "어차피 론스타가 경영권 매각을 서두르는 상황에선 외국계에 넘어가도록 방치하기보다는 토종자본이 인수토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