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8월20일까지 입시요강 발표 요구

대학들 "구체적 예외기준 제시를" 강력 반발

교육인적자원부가 대입 내신 반영비율 원칙에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 걸음 물러났다.

대학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함으로써 내신 대란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예외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예외의 범위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대학들이 교육부의 수정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은 25일 브리핑을 통해 "내신 반영비율을 일시에 올려 입학 전형 자체가 어려운 대학은 구체적 사유가 포함된 연도별 내신 확대 계획을 제출하면 협의를 거쳐 일부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서 차관은 "대학들이 8월20일까지 입학 요강을 발표하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검토해 보겠다"면서 "교육부가 일일이 이건 된다,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대학들은 이번 교육부의 방침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차라리 어느 경우 예외가 될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는 편이 낫다"면서 "아예 교육부에서 입학 전형을 짜줬으면 좋겠다"고 반발했다.

고려대는 뜻이 맞는 대학의 입학처장들을 따로 불러 모아 교육부 방침에 공동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내신 반영비율 협의 가능성을 볼모로 오히려 대학 제재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제시한 모집요강 발표 시점(8월20일)을 지키지 않거나 내신 등급에 따라 점수를 차등해 부여하지 않을 경우 해당 학교에 연구비 삭감,교수 정원 감축 등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못박았다.

당초 발표한 내신 반영비율을 준수하지 않거나(교육부와 협의 거쳐 수정한 경우는 제외) 등급 간 점수를 불합리하게 설정하는 방법으로 내신을 무력화한 경우도 제재를 피할 수 없다.

교육부는 2009학년도 대입 전형계획 발표도 앞당기라고 밝혔다.

현재 고교 2학년인 수험생들의 불안과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각 대학은 2009학년도 대입 전형 세부 시행계획을 11월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고 대교협은 이를 12월 말까지 발표해야 한다.

성재호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보통 10월부터 11월까지 자율적으로 입시 요강을 발표해 왔는데 8월20일이라는 기간을 정해 두고 거기에 맞추라는 것은 대학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은 "오늘 교육부 발표는 전국입학처장협의회에서 제안한 취지와는 다르다"면서 "이 내용을 대학들이 100% 받아들이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153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등교육 전략적 발전 방안 보고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김신일 교육부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며 '내신 갈등'과 관련한 사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태훈/성선화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