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협회가 시행하는 실패한 벤처기업인의 재기 프로그램인 '벤처패자부활제' 2호 수혜자로 26일 결정된 김상조 나노모션테크놀러지 대표(37)는 "자살까지 시도하게 한 실패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자금 지원(신청액 3억원)을 받아 이송장비 부품인 '자기부상 리니어 모터'를 갖고 새 비즈니스에 나설 계획.
김 대표는 서울산업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8년 초 창업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개발한 반도체 리드프레임 검사장비를 아이템으로 해 '모주'라는 회사를 창업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첫해 4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이듬해엔 세 배 성장한 12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사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3년째인 2000년 한 임원의 투자자금 허위 납입과 매출대금 횡령 사건이 터졌다. 게다가 받은 어음 3억원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이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김 대표는 그해 4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회사문까지 닫아야 했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이사한 사글세방까지 찾아오는 채권자들의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동맥을 끊고 세상을 등지려 했지요.
아마 그때 죽지 않은 것은 다시 일어서라는 뜻이었나 봅니다."
그는 이후 지인의 도움을 받아 노래반주기 업체인 아리랑멀티미디어의 기술개발이사로 취업해 빚을 갚아나갔다.
2005년 채권기관의 지원으로 신용을 회복한 뒤 바로 넥스엠이라는 회사를 세워 '자기부상 리니어 모터' 개발에 나서 올초 성공했다.
이 모터는 이송장치가 레일 위를 0.1mm 떠서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 이송장치의 소음을 제거한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산업은행에서 5억원의 기술개발자금을 투자받았는데 다음 달 5억원을 추가로 받는다"고 말했다.
또 "이달 말까지 서울 상암동 아파트형 공장에 양산 설비를 갖추고 내달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며 "이미 반도체장비 관련 업체 3곳과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10월 신용불량자 시절 일하던 아리랑멀티미디어를 인수한후 최근 사명을 현재의 나노모션테크놀러지로 바꿨다.
지난해부터는 국책사업인 휴먼로봇 개발사업에도 참여,로봇 얼굴 세 개를 만들어 납품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직원 수도 15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는 하반기 자기부상 리니어 모터 판매로 매출 3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