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을 유치하려는 금융권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저축은행이 수신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뭉칫돈들이 증권시장으로 계속 빠져 나가는 데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특판예금을 출시하면서 금리차가 줄어든 탓이다.

부동산시장 위축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영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어려워진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자산 운용에 이어 수신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2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전국 110개 저축은행 중 상위 5개 저축은행의 5월 말 수신액은 9조5962억원으로 4월 말에 비해 637억원 감소했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의 수신액은 한 달 새 552억원 줄었다.

HK저축은행은 지난 2월부터 3개월 내리 수신액이 줄어들고 있고 한국저축은행제일저축은행도 5월 들어 수신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초부터 이들 대형 저축은행의 수신액은 계속 증가세를 보여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펀드에 투자해 30~4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투자자들이 늘면서 일부 고객들이 만기 자금을 빼가는 사례가 잦다"며 "연 5.3~5.8% 정도의 금리로는 증권사 CMA(어음관리계좌)와 경쟁하기도 버거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수신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도 저축은행의 예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이달부터 영업점장 우대 한도를 0.6%포인트 높이는 방식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연 5.3%로 인상했다.

기업은행은 1년간 3000만원 이상 정기예금에 대해 5.29%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으며 농협과 수협도 우대금리를 포함해 각각 5.4%와 5.3%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HK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5.3%로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아져 저축은행과 은행 간 금리 역전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HK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경쟁력이 있을 때는 만기가 돌아온 자금의 재예치율이 80~90%까지 달했는데 최근 66%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여유자금이 있는 데다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아 문제될 게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이미 수신금리를 인상했거나 특판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21일 5.3%에서 5.7%로 금리를 0.4%포인트 인상했고 제일저축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최고 연 6% 이자를 주는 특별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적어도 수신 규모가 줄어드는 현상은 막아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김순태 동부저축은행 실장은 "자본시장통합법 등이 통과되면 재테크 패턴이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어 예대마진에만 의존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수신 영업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