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러 지원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논란이 일고 있다.

SEC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이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쿠바 이란 북한 수단 시리아 등 5개국과 직·간접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77개 기업들의 명단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HSBC 크레디스위스 도이체방크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등 금융기관과 유니레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지멘스 토탈 로열더치셸 등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명단에 올랐다.


특히 HSBC와 크레디스위스는 테러 지원국 5개 나라와 모두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커휴즈 마라톤오일 마스터카드 등 몇몇 미국 기업들도 명단에 올랐다.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은 HSBC 크레디스위스 지멘스 바이오텍홀딩스 차이나유차이인터내셔널 등 5개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명단 공개는 테러 지원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영업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은 테러 지원국과 거래한다는 인식을 우려해 거래를 줄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테러 지원국에 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의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이 지난달 크리스토퍼 콕스 SE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 및 수단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한 뒤 이번 명단 공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지난주 미국 우방들에 이란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고립시키는 데 협조하도록 촉구했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테러 압박 수단이 이번 조치로 이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콕스 SEC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들 기업과 금융기관이 테러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거나 테러와 관련된 행동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들은 이미 법에 따라 해당 영업활동을 보고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명단 공개는 마치 해당 기업들이 불법적으로 테러 지원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서 향후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명단 공개가 해당 기업이 테러와 직접 관련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SEC는 웹사이트에서 테러 지원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회계 및 경영 실적 보고서를 검색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법으로 이번 명단을 공개했으며,구체적인 내용은 SEC 홈페이지(www.sec.gov)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