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도시민 1인당 평균 연 가처분소득은 1만위안(1위안=약 120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어지간한 중국 도시에는 20만∼30만위안짜리 승용차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분양가 200만위안이 넘는 아파트 분양 현장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소득구조로 볼 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 행태다.

최근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해주는 보고서가 나와 화제다.

중국경제개혁연구기금회 연구원인 왕샤오루(王小魯)가 발표한 '음성수입과 주민 소득격차'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그것.2005∼2006년 중국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2000여명의 가구 소득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고위 관리들의 비리 문제와 연계돼 주목을 끌고 있다.

보고서는 도시 지역 고소득 가구에는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숨겨진 소득이 존재하며 그 규모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인 4조8000억위안(576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도시 지역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는 공식 통계에서 알려진 9배가 아니라 31배라고 주장했다.

농촌 지역까지 포함한 전국 상하 10% 가구의 소득격차는 알려진 대로 21배가 아니라 55배에 달한다는 게 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음성소득의 최대 출처는 부패였다.

보고서는 국가 공공자금 유용,금융기관 부패,행정 허가와 관련된 부패,국가 토지 유용 등에 의해 조성된 음성소득액이 3조위안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체 음성소득의 약 62.5%가 불법 행위로 조성된 셈이다.

중국 언론이 이 보고서에 관심을 두는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중국의 소비 현상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소득 상위 10%(약 5000만명)에 해당하는 도시민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연 9만7000위안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통계(약 2만9000위안)보다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왕 연구원은 "5000만명에 달하는 도시 지역 고소득자들이 고급 아파트 수요자들"이라며 "이들은 연 가처분소득의 10∼20배에 해당하는 고급 아파트를 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런 소득구조를 보면 한 해 1000만대가 넘는 자동차 보급,200만위안짜리 아파트의 인기 등 고급 소비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