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 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중소기업인들에게 한 '경영권 상속에 따른 세금부담 완화' 약속을 이렇게 빨리 이행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우스개 소리인 '딱총(정권 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딱 맞는 총리)' 평가를 뛰어넘는 추진력이다.

사실 한 총리는 두 달여 전만 하더라도 기자에게 썩 믿음을 주진 못했다.

오죽했으면 아랫사람들이 "몇 달 있으면 정권과 함께 물러날 분인데"라며 수군거렸을까.

지난 4월27일 한 총리는 경제단체 대표들과 취임 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규제개혁을 과감히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또 "중소기업인들이 가업을 이어갈 때 부담되지 않도록 상속세를 합리적으로 완화해 달라"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간곡한 요청에 그저 "알아보겠다"고 답했었다.

중소기업인들은 상속세 자체가 규제는 아니나 현행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50%에 이른데다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10∼15%의 할증과세까지 되고 있어 구조적으로 상속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당시 이런 애로를 한 총리가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는 줄로만 참석자들은 알았다.

한 총리에 대한 불신은 최근 풀렸다.

지난 6월20일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이 "상속ㆍ증여세가 가업을 물려주려는 중소기업인에게까지 경영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올해 정기국회에 내는 것을 목표로 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서다.

재계도 경제부총리 출신인 한 총리의 말에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 총리가 "모든 규제를 재계 입장에서 리뷰(review)해 달라"고 요청하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5일 '규제개혁추진단'을 발족시켰다.

규제개혁추진단은 앞으로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5025개 규제를 시장경제 원리에 비춰 원점부터 재검토한다.

한 총리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날 정도로 자신이 세운 원칙을 엄격히 지키기로 유명하다.

5025개 규제 중 얼마만큼을 그가 혁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레임덕 총리'라는 일각의 우려를 말끔히 씻고 '경제부총리 출신이 국무총리를 맡으니까 뭔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김홍열 정치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