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우리금융지주 외환은행 등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국민연금이 과연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해외 자본이 점령하고 있는 금융권에 토종자본인 국민연금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토종자본 역할론'과 국민연금의 재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연금 훼손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또 급팽창하는 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토종자본 역할론 vs 연금훼손론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보면 200조원의 자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으로선 그나마 안정적 투자처로 은행 인수를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무차별적인 기업사냥에 나설 경우 기금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은 서로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을 국민연금에 넘기는 것은 사실상 주인이 정부에서 또다른 정부(국민연금)로 바뀌는 셈인데다 정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란 오해를 살 수 있어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 투자차원에서 외환은행을 사는 것은 상업자본(론스타)으로부터 지분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사후에 손실이 나면 기금운용자가 책임지면 되는 문제라는 얘기다.

다만 '정서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았다.

◆확대되는 시장 지배력

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 확대도 논란거리다.

국민연금이 현재 투자하고 있는 국내 상장 기업수는 총 544개.시가총액 기준으로는 2.9%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2008~2012년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규모는 지난 4월 말 현재 전체시장의 2.9%(24조8000억원) 수준에서 2012년엔 최소 79조8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국내 증시에서의 비중도 이때쯤이면 5.8%로 늘어날 전망이다.

5년 후면 국내 100개 기업 중 6개 기업은 연금 소유가 된다는 얘기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경영학과)는 "현재 연금은 정책수립에서 의결과 집행, 결산·평가를 사실상 보건복지부 관료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지배구조에서 연금의 시장 지배력이 이처럼 커질 경우 시장왜곡이나 리스크 관리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어쩔 수 없는 방향이라면 의결권 행사 문제와 투자비중 조정 등을 결정할 지배구조부터 빨리 투명화·선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 자격도 공방

국민연금의 법률적인 자격 문제도 얽혀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국민연금의 경영권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 제7조는 '금융지주회사는 금융기관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배관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업종은 표준산업분류 체계에 따라 좁게는 연금업,넓게는 금융업으로 분류돼 있어 금융기관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우리금융 지분 30% 이상을 취득하거나 30% 미만이라 하더라도 대표이사를 임면하는 등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는 것이 원천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금융기관으로 본다면 외환은행 인수에는 결격사유가 없다.

은행법상 금융자본을 4% 이상 인수하기 위해선 '금융주력자'여야 하는데 재경부 해석처럼 국민연금을 금융기관으로 분류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은행법상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법인'으로 평가된다"며 "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선 적격성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유병연/박수진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