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시나 구청 단위로 노인 복지회관을 건립하면서 한때 아파트단지 내 노인정이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요즘엔 노인정이 주택 마케팅의 최대 화두다.

그렇다고 노인정이란 간판을 붙이는 곳은 없다.

70대 노인들이 TV를 함께 보는 사랑방식 노인정 대신 포켓볼 시설을 갖춘 고품격 사교공간이 단지 내에 들어서고 있다.

건강관리실,동호인실 등이 마련된 이른바 시니어카페가 아파트의 새로운 컨셉트로 부상한 것이다.

현대건설이 내달 분양 예정인 경기 용인시 상현동 '힐스테이트'의 '골든 클럽',대우건설 대구 감삼동 주상복합 아파트인 '월드마크 웨스트엔드'의 '시니어 룸'이 대표적인 예이다.

'신도림 대성디큐브시티' '남양주 양지 대림 e-편한세상' '인천 고잔동 에코메트로(2차)' '천안 쌍용동 동일하이빌' 등도 시니어 세대를 위해 고급 노인정을 특화하는 단지들이다.

특히 삼성건설의 경우 다음 달 용인 동천동에서 2393가구의 대단지를 공급하면서 노인 거주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여러 동을 한데 묶은 통합 로비를 설치키로 했다.

실버라운지의 규모도 1700평에 이른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노인들의 마음을 잡는 게 주택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금과 연금으로 무장한 부유한 은퇴자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가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니어카페는 기본이며 이들이 선호하는 사우나 시설과 건강진단 시스템도 앞다퉈 선을 보이고 있다.

◆사우나·건강검진 시설 갖춰


포스코건설이 송도신도시에서 설립하는 '더샵 센트럴파크Ⅰ'은 'u(유비쿼터스)헬스케어'를 앞세워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u헬스케어는 거주자가 집안에 설치된 건강측정 장비를 통해 혈압,체성분 등을 검진하면 병원이 이를 분석,결과를 통보해 주는 건강관리 시스템이다.

거주자 상태가 위급할 경우엔 병원이 응급 서비스도 제공한다.

포스코건설은 이 서비스를 위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협약을 맺었다.

부산 명지·신호지구에서 1만여가구의 대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영조주택 역시 집안에 건강진단 기기를 설치해 거주자들이 혈압 및 당뇨 수치를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몸에 지닌 팔찌나 목걸이 타입의 '응급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응급 구조대가 병원으로 호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사우나 시설을 아예 욕실 내부에 설치하는 곳도 있다.

현진은 현재 분양 중인 포항 장성동 아파트에 '가정용 원적외선 사우나'를 넣기로 했다.

현진 관계자는 "젊은 층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은퇴층을 겨냥해 사우나 시설을 설치키로 했는데 반응이 꽤 괜찮은 편"이라고 전했다.

◆세대 통합형 아파트도 출현


자녀 세대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세대 통합형 주택'도 눈길을 끄는 변화다.

핵가족을 강조하던 종전 주택 형태와 달리 각 세대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호하면서도 조부모·부모·자녀 등 2~3세대가 융합할 수 있도록 평면을 짠 게 특징이다.

동일토건이 다음 달 분양하는 천안 쌍용동 동일하이빌은 3세대가 함께 살기 좋은 평면을 도입한다.

총 964가구 중 411가구에 이 같은 세대 통합형 평면을 적용키로 했다.

GS건설이 같은 달 송도신도시에서 공급하는 '하버뷰 자이' 역시 2~3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자녀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활동적인 시니어 세대가 적지 않아 인기가 높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세대 통합형 평면설계는 대부분 중·대형 평형에 적용되고 있다.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기 위해선 내부 공간이 넓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변형 벽체 시공을 늘리고 거실과 함께 응접실 개념의 가족실을 따로 마련하는 점도 특징이다.

특별취재팀=김남국(증권부) 장진모(경제부) 정종호(과학벤처중기부) 박수진(경제부) 조재길(건설부동산부) 이태훈(사회부) 기자 하영춘 뉴욕,차병석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