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차고 다니던 시절에는 사람이나 차 모두 좌측통행을 했다고 한다.

칼집이 부딪치지 않고 오른손으로 칼을 뽑아 공격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총이 등장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오른쪽 허리에 총을 차면서 자연스레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측통행은 마차와도 관련이 깊은 듯하다.

오른손으로 채찍을 들어야 하는 마부의 입장에서는 오른 쪽에 앉아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일이 훨씬 수월했을 게다.

왼쪽 좌석의 손님을 보호하는데도 우측통행이 합리적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자동차의 운전방향을 우측으로 정한 것은 이런 관행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

다만 영국과 일본 등 몇몇 나라는 운전자의 좌석이 오른쪽에 고정되면서 좌측통행 방식을 택하고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좌측통행이든 우측통행이든 사람과 자동차는 같은 방향으로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만은 '사람은 왼쪽 길,자동차는 오른쪽 길'이다.

사람의 좌측 보행은 일제 강점기에 고착된 것이고,자동차의 우측 통행은 미군정 시절에 제정된 것이다.

이로 인한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횡단보도와 공항의 무빙트랙은 우측통행이고 빌딩의 회전문이나 에스컬레이터,역의 개찰구 등은 오른쪽으로 움직이도록 돼 있다.

생활시설물의 동선(動線)과 좌측보행이 일치하지 않아 불편이 따른다는 얘기다.

아직도 지하철 통로 등지에 붙어 있는 '문화시민은 좌측통행'이라는 표어가 어색하고 무색할 지경이다.

그동안 종종 문제가 되어왔던 좌측보행에 제동을 걸겠다며 서울 송파구청이 나섰다.

'우리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살고 싶어요'하는 캠페인을 시작으로,7월 중에 도로교통법 개선운동,우측통행을 위한 선언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좌·우측으로 뒤엉켜 혼란스러운 보행질서를 바로잡는 일은 한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관계 당국이 나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초질서를 세워야 할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