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코스맥스(주) ‥ 로레알도 알고보면 'made by 코스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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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주문생산 전문회사인 코스맥스 이경수 사장은 지난 3월 말 9명의 임원 전원을 사장실로 긴급 호출했다.
건강기능식품 전문업체 일진제약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일진제약은 LG생활건강 대상 등 국내외 150여개 업체에 40여종의 건강기능식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지난해 113억원의 매출을 올린 동종업계 선두업체.하지만 시장 과열과 유행 퇴조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는 게 문제였다.
회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인수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임원들을 설득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은 기술적으로 연관성을 갖고 있어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논리를 앞세웠다.
5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인수로 결론냈다.
코스맥스가 설립된 1992년 매출 13억원의 '꼬마회사'에서 연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종합 뷰티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한 순간이다.
◆화장품계의 얼굴 없는 실력자
코스맥스는 일진제약 인수 이전 올해 이미 소망화장품 인천공장부지 인수(160억원),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 지분매수(13억원) 등 투자 확대를 통해 덩치키우기를 해 왔다.
화장품 분야에서 이 같은 성장 드라이브 추진과 증시에 상장된 지 6년이 흘렀음에도 이 회사의 이름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다. 그러나 이 회사가 기록한 각종 실적을 들여다 보면 이름이 알려진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다.
코스맥스는 작년에 내수용 화장품을 총 4300만개나 생산했다.
물량기준으로 따지면 국내 최다다.
국내 화장품 소비인구를 1500만명 정도로 추산할 때 1인당 연간 3개꼴로 코스맥스 제품을 쓴 셈이다.
해외매출 100여억원을 포함한 지난해 전체 매출은 533억원.올해는 이보다 38% 늘어난 733억원으로 전망되는 등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이 회사의 최근 5년간 평균 성장률(31.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진제약의 올해 매출목표(200억원)를 합칠 경우 1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처럼 실제와 대조적인 코스맥스의 '익명성'은 독자적인 브랜드 없이 OEM이나 제조자 주도개발(OD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전 세계 150여개 거래업체들이 이 회사의 '지위'를 증명한다.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인 로레알을 비롯 존슨앤드존슨,메리케이,샤샤 등 글로벌 브랜드가 즐비하다.
국내 역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더페이스샵 등이 고객이다.
◆기능성화장품 607종 독자개발
코스맥스가 이같이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토대는 바로 중앙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스킨케어를 담당하는 연구 1실,색조연구 파트인 연구 2실,화장품과 나노기술 접목을 시도하는 나노테크랩 등 전문화된 연구체제를 갖추고 있다.
천연물 화장품소재 연구에 특화된 제주 바이오테크랩을 합하면 연구 관련 인원만 65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직원 중 25%를 차지한다.
연구개발에만 전체 매출의 7%가량인 37억여원이 투입된다.
이 같은 연구로 얻어낸 기능성 화장품 607종은 코스맥스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로레알과 메리케이 등 해외 유명 브랜드로부터 국내 처음이자 유일한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도 기술력 덕택이다.
이경수 사장은 "1년6개월간 샘플검사에서부터 직원 보건상태,재무상태까지 샅샅이 살펴보는 등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지난 3월 프랑스를 방문,화장품 원료개발 전문기업인 알라뮬러사 대표를 만나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합의했다.
이 회사의 전문분야인 허브 및 자연성분을 이용한 화장품원료 공동개발과 활용 등에 관해 파트너십을 구축키로 한 것.알바뮬러와의 협력을 통해 최근 유럽인들에게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미백화장품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유럽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다.
◆수익성 개선이 지속성장 위한 과제
코스맥스는 2004년 완공해 가동 중인 중국 상하이공장을 연 생산 6000만개 규모의 인근 신공장으로 오는 11월까지 확장 이전해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 화장품 시장을 겨냥한 장기 포석이다.
이 사장은 "3년 내에 한국 생산물량(월 500만개)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열리는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세계엑스포 등을 분수령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 사장은 중국 현지공장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중국은 저가 대중제품,국내 공장은 고가 명품으로 생산라인을 이원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시켜 종합 뷰티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 등 풀어야 할 과제도 갖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년대비 51.9%나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전략제휴,기업인수,자사주 매입 등으로 240억원의 자금을 집행한 만큼 건강기능식품에서 반드시 수익을 내야한다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경수 사장은 "차입한 엔화에서 환차익을 보고 있는 상황인 데다 매입한 소망화장품 공장터 땅값도 50%가량 올라 부채 문제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