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코스맥스 사장(61)은 못말리는 만화광이다.

집 사무실 승용차 등 손닿을 곳이면 어김없이 만화책을 쌓아놓고 틈나는 대로 몰두한다.

이동 중에도 짬짬이 만화책을 펼칠 수 있도록 차 트렁크 안까지 만화책을 한가득 싣고 다닐 정도다.

이렇게 읽는 게 한 달 평균 50여권.동네 도서대여점에선 대여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특급 VIP고객 리스트에 올라있다.

꺼벙이,도깨비감투,바람의 파이터 등으로 어린시절 만화에 입문한 뒤 서울대 약대 재학시절은 물론 동아제약,오리콤,대웅제약을 거쳐 1992년 코스맥스를 창업할 때도 만화를 끼고 살았다.

지금도 직원들에게 맛의 달인,대사각하의 요리사,고스트 바둑왕,시마과장 등을 '권장도서'로 추천하곤 한다.

"스트레스 해소에 이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에게 만화는 취미 이상의 '특별함'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강렬한 캐릭터를 음미하다 보면 창의와 장인정신,긍정적 사고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출간된 최초의 SF만화 '라이파이'를 보면 그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한 여러 공상과학기기들이 나옵니다.

지금 그 기기들은 현실화되고 있거든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게 만화의 묘미지요."

이 사장의 만화적 감수성이 전해진 때문일까.

코스맥스의 사풍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밝은 미소와 긍정성이다.

긍정적 사고방식은 회사의 3행3불(3行3不)원칙에도 녹아있다.

3행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세 가지로 '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그렇습니다'이다.

3불은 '안됩니다,모릅니다,아닙니다'로 꼭 추방해야 할 세 가지 태도다.

신입사원들은 여기에 3B를 추가한다.

'밝은 얼굴,반듯한 복장,반가운 인사'다.

모두 긍정적인 생각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덕목.그러다 보니 어디서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 거래업체 사장은 경기도 화성시 향남공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 웃는 모습으로만 보면 주가가 세 배는 올라야 정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한번 마음이 가면 끝을 보고야마는 그의 '몰두형' 기질은 인재 영입 스타일에서 정점을 이룬다.

한번 "괜찮은 인물"이라고 판단되면 10년을 공들여서라도 꼭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코스맥스만의 독특한 전문경영 체제는 이렇게 구성됐다.

생산부문 책임자인 LG생활건강 출신의 송철헌 부사장과 태평양 출신의 김주호,유권종 상무가 대표적 사례다.

올해 초 국내 마케팅과 해외 마케팅 담당으로 각각 영입한 전 에뛰드 대표이사 출신 배석덕 부사장과 로레알코리아 출신 김종오 상무도 같은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