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을 '구성(構成)의 오류(誤謬)'라고 진단한 뒤 은행들의 근시안적인 시각과 안일한 자세를 질타,은행장들을 긴장시켰다.

권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금융부분의 쏠림현상은 근본적으로 은행 간에 차별화된 전략의 부재 속에 발생하는 일종의 구성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구성의 오류란 개인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나 전체가 함께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개별 은행들이 동일한 수익 모델로 경쟁하면서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이 전개되고 있다"며 "은행 모두 단기 성과에 집착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보다는 손쉬운 외형확대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어 은행들을 꼬집었다.

통상 할부상환대출의 만기연장 때 대출 금액의 일부를 상환할 것을 요구하지만,최근엔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아무런 조건 없이 만기가 연장되고 추가 대출을 제공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권 부총리는 "획일적인 외형확대 전략은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은행산업의 선진화에도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인력개발과 관련해서도 은행들의 근시안적인 시각을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이) 단기적인 시각으로 금융전문가 등 인재양성에 소극적이어서 우수 인력이 공공재화되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부총리는 "이제는 양적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질적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장들은 이에 긴장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장은 "대체로 동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은행 전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장은 "급박한 환경 변화 속에 은행경영에 대한 요구 수준이 갑자기 높아진 것 같아 긴장된다"며 "하지만 아직 제약요건이 많은 만큼 은행들의 투자은행 업무와 해외전략 강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