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까지 나서 '내신을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 행정·재정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2008학년도 정시의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둘러싼 갈등이 전환점에 서 있다.

정부가 '공'을 대학에 넘긴 만큼 대학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만 남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예상 대응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당초 대학이 발표했던 외형반영비율 40~50%로 맞추는 '백기투항파'와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지키겠다는 '자주독립파'를 들 수 있다.

여기에 '대학마다 상이한 신입생의 특성을 감안해 예외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기대를 걸고 끝까지 협상을 벌이는 '협상파'가 추가된다.

'자주독립파'로 서울대를 들 수 있다.

서울대는 청와대에서 지난 26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내신 1~2등급인 학생을 모두 만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서울대와 보조를 맞춰 정부에 반기를 들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교육부와 협상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8월20일 입시안을 내면 교육부 입장을 수용한 것이고 안 낸다면 거부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연세대 입학처장도 "내신 1~4등급을 묶어 만점을 주는 방식은 포기했지만 다른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는 교육부와 협상을 벌일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등은 협상파로 분류된다.

내신 1·2등급 간 점수 차는 2점,2·3등급 간은 1.5점,3·4등급 간은 3점,4~9등급 간은 4~5점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숙명여대가 교육부로부터 'OK'판정을 받은 것처럼 협상의 여지에 따라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 대학의 생각이다.

성재호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성대는 주요 사립대학 중 내신 반영비율이 가장 높고 가난한 인재를 많이 뽑으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며 "성대가 지향하는 방향과 교육부의 정책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차경준 한양대 입학처장은 "교육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협상을 벌이면서 정부 지침대로 8월20일까지 입시안을 발표하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위권 이하 대부분의 대학들은 백기투항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태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청와대 토론회가 끝난 후 대학 입학처장들에게 향후 대응 방침을 물어 보니 대부분이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주요 사립대학들도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높이는 대신 등급간 차이를 0.1점과 같이 적게 잡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쪽으로 태도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송형석/이태훈/성선화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