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은행 인수 가능성이 정부 고위 관료들의 입을 통해 잇따라 제기되면서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우리금융지주나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돌기 시작할 때만 해도 "연금이 은행을 인수한다고?"라며 코웃음을 치던 사람들마저 이젠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민연금의 은행 인수가 보다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힘 받는 국민연금 은행 인수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기자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의 은행 인수 추진에 대한 질문에 "전략적 투자(SI)가 가능한지는 아직 내부 검토단계로,방침이 결정되면 기금운용위원회 심의와 전문가 의견을 듣고 나서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FI)가 원칙이지만 법적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전제된다면 전략적 투자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것도 원칙"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단순한 돈줄이 아닌 은행의 인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3월2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면 론스타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잇단 발언의 배경은

한덕수 국무총리도 힘을 싣고 나섰다.

한 총리는 26일 국민연금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국민연금이 상업적 베이스에서 그런 일을 하겠다면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원 사격을 했다.

한 총리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의 일련의 발언은 국민연금의 은행 인수가 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은행들이 대거 외국인에게 넘어가고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형 매물인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의 출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 이뤄져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한 부총리와 변 장관,장 장관,김호식 국민연금관리공단이사장 등 최근 국민연금의 은행 인수관련 발언 주역들이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간에 의사 소통이 돼 있다는 설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가능성 평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국민연금은 인수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며 인수 가능성을 평가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한국 내 지위는 한국 자산으로부터 외국인의 이익 회수를 반대하는 보호주의자들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외환은행이 경쟁은행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연간 10억달러가량의 잉여현금흐름 창출에 따른 후한 배당금 지급 여력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분산투자) 대상으로 적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도 이날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직 국민연금과 매각을 위해 심도있게 논의한 것은 없지만 국민연금은 외환은행의 전략적 장기적 투자자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