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전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이 예금에서 투자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며 은행들에 △투자은행(IB)으로의 전환 △해외 진출 확대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권 부총리는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 은행들은 외형 경쟁에만 치중해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대출 등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획일적인 외형 확대 전략은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업 중심은 투자"

권 부총리의 이날 발언 요지는 은행들의 영업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예금으로 받은 돈을 빌려줘서 이익을 챙기는 '손쉬운 돈놀이'에만 빠져있다 보니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외국 투자은행들이 각종 위험 요인들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창출해서 고부가가치 사업을 영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예금-대출' 위주로 영업해온 국내 상업은행들이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투자은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 업무로는 △시장 위험을 가공해 제3자에 이전·분산시키는 위험중개 업무 강화 △유가증권 매입 등 자기자본투자 확대 △금융투자회사 인수 등을 통한 수익 극대화 등을 제시했다.

권 부총리는 "은행들이 새로운 영업모델로서 위험중개 업무 등을 강화해야 한다"며 채권담보부증권(CBO)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대출담보부채권(CDO) 등 위험을 분리시킬 수 있는 신용파생상품을 개발하도록 촉구했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은 현행법으로도 선진국의 IB 업무를 대부분 영위할 수 있지만 활용도가 지극히 미흡한 실정"이라며 "은행권의 혁신적 변화를 지원하고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진출 확대 필요

권 부총리는 "은행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해외 진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은행의 해외 진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중국 우량 도시은행 투자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의 금융분야 외자 유치에 적극 참여 △인도와 동구권 신규 진출 등을 꼽았다.

또 그동안 지점 방식 진출 전략에서 벗어나 국내 자산을 활용한 인수·합병(M&A)과 지분 참여에 나서도록 당부했다.

현지 고객 기반을 활용하고 신속히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국내 자본을 해외로 유출시키겠다는 의지다.

권 부총리는 "아시아에는 완전히 통합된 형태의 투자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라며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은행화 전략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법령 선진화

정부는 은행들이 투자은행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월스트리트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은행들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의 각종 규제들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실적이 부진한 자산운용업과 M&A,구조조정 자문 등 IB 업무를 활성화하고 투자은행의 상품파생 거래 확대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