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분야의 엘리트 학자들이 지루하고 귀찮은 전산작업을 중독성 높은 인터넷 게임으로 만들어 어린이를 비롯한 순진한 사용자들에게 대신 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울타리에 페인트 칠하는 벌을 받게 된 톰 소여가 페인트 칠이 무척 재미있는 일인 것처럼 친구들을 속여 온갖 대가를 받고 일을 시키는 것과 같은 이런 관행은 이른바 '인간 컴퓨터(human computation)' 분야의 학자들 사이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루이스 본 안 교수(28)가 고안한 ESP 게임 사이트(espgame.org)에는 지금까지 13만명 이상이 접속해 안 교수가 필요로 하는 방대한 자료수집을 즐겁게 해치웠다.

예를 들어 접속자 두 명에게 같은 그림을 보여주고 생각나는 모든 키워드들을 입력하게 한 뒤 두 사람의 키워드가 일치하면 점수를 주는 식인데 이런 게임에 빠져든 사람들은 몇 시간씩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은 오프라인으로 수집돼 아직 제목이 붙지 않은 온갖 그림들에 분류나 검색에 사용할 수 있는 키워드를 부여하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