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농수산업 분야에 대해 생산감소액의 85%를 현금으로 보전하고,매출액이 25% 이상 감소하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분야에는 구조조정자금을 지원한다는 것 등이 그 골자다.

정부가 한·미 간의 자유무역 확대로 인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이는 취약산업에 대한 피해보상의 차원을 넘어 FTA 체결(締結)을 계기로 국가경제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보다 큰 목표를 차질없이 이뤄나가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방안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오히려 국고의 낭비나 도덕적 해이를 양산하는 부작용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이 피해의 직접보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우려를 낳는다.

이미 90년대 초 쌀시장 개방 등을 규정한 우루과이라운드의 시행 이후 농어촌구조정사업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수십조원의 돈만 낭비했을 뿐 농업구조조정의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피해보상은 한시적으로 추진하되 취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이 광범하게 보완돼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농수산업에 국한(局限)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업이나 제약산업은 물론 제조업 등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해당되는 것으로 피해 보상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 지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의 구조개편이나 전문인력 양성,연구개발 지원 확대 등이 그런 노력의 대표적인 방안일 것이다.

FTA 체결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지 시장을 내주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주문하고 싶은 것은 차제에 현재 시행중인 농어촌지원사업을 비롯한 각종 국책지원사업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농촌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행 농어촌지역 개발 및 복지사업이 중복 또는 나눠먹기식으로 추진되고 예산낭비는 물론 농업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비효율을 그대로 둔 채 피해지원에만 급급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