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PC업체 레노버그룹의 양위안칭 회장(43).2005년 중국 레노버가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할 때 이를 진두지휘하면서 일약 세계 3위 초대형 PC업체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

그는 중국에서 '가장 닮고 싶은 기업인 1위'에 꼽힐 만큼 샐러리맨의 우상이다.

28일 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한국레노버를 방문한 양위안칭 레노버그룹 회장을 만났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 큰 회사의 회장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나는 1980년대 중국이 개방할 때 덕을 많이 본 행운아"라고 답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나와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이 컴퓨터산업 발전의 흐름을 놓치지 않아 사장이 된 사람이 많고 여러분들(세계의 젊은이들)도 충분히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저장성 농촌 출신으로 수재들이 다닌다는 중국 과학기술대학 컴퓨터과학부(석사)를 졸업하고 1989년 레노버에 입사,2년 뒤에 해외 유학을 가겠다고 하자 회사 측이 부장으로 승진시켜 주며 말렸을 정도로 일찍부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부장 승진 후 다시 10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37세)한 뒤 41세에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양 회장이지만 최근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 1분기 대만 PC업체인 에이서가 PC시장 점유율에서 레노버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선 것.이에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직원들을 대규모 구조조정했다.

양 회장은 "이런 과정들은 레노버 PC사업부가 IBM의 껍질을 털고 두 번째 단계로 도약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2년이 지난 지금,양 회장은 통합이 마무리됐다고 보고 신설한 컨슈머사업부를 직접 챙기는 등 소비자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한국 방문도 일반 소비자가 많은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레노버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는 강하지만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입지가 약하다.

그는 "기술을 강조한 씽크패드 브랜드에 일반 소비자 시장을 의식한 소프트한 디자인을 부가해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PC산업 위기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PC산업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요.

보안과 휴대성 강화,그리고 통신과의 접목 등을 보면 PC는 아직도 발전할 여지가 많아 R&D(연구개발)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레노버가 2년 전 IBM PC사업 부문을 인수할 때만 해도 10억달러의 적자를 보던 사업이었지만 올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인수 전부터 통합 계획을 면밀하게 세웠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양 회장은 다음 목표는 중국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기업 레노버'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