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9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재외동포가 향후 대선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우리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재외동포 숫자는 2006년 기준(외교부 추산)으로 주재원과 유학생 등 일시체류자 120만명과 영주권자 170만명 등 모두 290만여명이다.

이 중 투표권을 갖는 사람은 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투표율을 50%만 잡아도 100만표다.

과거 몇 차례 대선승부가 수십만표 차이로 갈렸던 점을 감안하면 재외동포표의 위력은 엄청나다.

여야가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내부적으로 표계산에 분주한 이유다.

단연 관심은 과연 올 12월 대선부터 재외동포들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느냐 여부다.

선관위의 선거 준비기간이 6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번 6월국회 내에 선거법개정안이 처리되면 가능하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커 올 대선부터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국회 행자위 법안심사소위는 28일 재외동포 참정권 부여를 골자로 한 선거법개정안 문제를 논의했으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에는 주재원,유학생 등 120만명에 이르는 단기 해외체류자에게만 먼저 투표권을 부여하고 영주권자에게는 나중에 부여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에 영주권자를 포함,모든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을 주자고 맞섰다.

결국 행자위는 더이상 협의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건을 정치개혁특위에 넘겼다.

문제는 정개특위가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시국회 회기를 불과 5일 남겨놓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야 대선주자가 한 목소리로 올 대선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이번에는 어렵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

한나라당이나 범여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어차피 헌재가 내년 말을 시한으로 정한 만큼 시간을 갖고 꼼꼼히 유불리를 따져보겠다는 계산이다.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나라당으로선 다른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했음직하고 범여권도 한나라당 주장대로 영주권을 가진 이민 1세대 동포까지 포함되면 불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재외동포나 여론의 압박으로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재외동포표는 올 대선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꾸로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발상으로 인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참정권 행사는 내년 4월 총선부터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일시체류니 장기체류니 해서 국민을 가르고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재판결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여야는 오늘부터 당장 머리를 맞대서 선거법을 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재창/강동균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