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오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미국이 요구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미국이 민주당의 '신통상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 15일 노동 환경 분야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무역보복이 가능한 일반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자는 내용 등 7개 분야의 조문을 수정할 것을 제의해온 지 2주 만이다.

30일이 지나면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TPA)이 만료돼 미 의회가 협정문에 손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협상은 그 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8일 한·미 FTA와 관련,"30일 서명이 가능하도록 추가협상이 진행되기를 양 협상 당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아마도 한 차례 정도 미국과 추가협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관계부처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대안을 다시 제시해 미국과 계속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미국에 △노동 제소 요건을 축소해 분쟁 남용 소지를 줄이고 △투자 항만안전 등 미국 권리만 일방적으로 표현한 조항을 양국에 모두 적용하며 △의약품에서 복제의약품 시판을 앞당기는 식으로 양보를 얻는 방안 △전문직 비자쿼터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제안에 대해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통상전문매체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가 "미 의회로부터 (신통상정책이 반영된) 조문을 재수정하지 않도록 압력을 받고 있으며 파나마와 페루는 이미 동의했다"며 "한국이 노동 분야에서의 분쟁 관련 조항 수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USTR는 특히 30일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신통상정책'이 반영되지 않은 기존의 협정문을 서명하되 현 의회 하에선 비준절차를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새벽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이 같은 협상 결과를 정부에 보고했으며 정부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정부는 29일 권 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한 뒤 곧이어 국무회의에서 협정문을 통과시키고 대통령 결재를 받아 서명에 필요한 절차를 끝낼 계획이다.

권 부총리는 이와 관련,"미국에서는 이번 추가협의와 본서명을 30일 내에 일괄적으로 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우리측에서는 분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30일 서명식 이전까지 전화 연락을 통해 추가협의하기로 했지만 미국의 태도를 감안할 때 진전을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한·미 FTA 비준 시기와 무역촉진권 만료로 미 의회가 자동차 문제 등을 다시 제기할 가능성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사실상 수용 방침을 시사했다.

김 본부장은 서명을 위해 29일 낮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다.

서명식은 미국시간으로 30일 오전 10시(한국시간 30일 오후 11시)에 워싱턴 미 하원 부속건물인 캐넌빌딩 코커스룸에서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