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축구 경기장. 붉은 우산 물결 속에 파란 우산 하나가 길을 헤쳐 나가고 있다. 한 축구 팬이 길을 잘못 들어 상대편 응원석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만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모두 정장을 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앉아 있으면 이유 없이 몸과 마음이 쪼그라든다.

여행 도중 무심코 탄 버스에 나와 같은 인종이 아무도 없고 나머지 승객이 모두 한 피부색을 하고 있을 때 내게 쏟아지는 눈길은 서늘하게 느껴진다.

이런 황당한 외로움은 눈웃음 하나로 금세 가라앉는다.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앞에 있을 때 엷은 미소를 보내자. 서로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살 수 있어야 세상은 즐거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