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글로벌 파워를 지닌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어떤 과정을 거쳐 최강국이 되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간 간헐적으로 나왔지만 뭔가 부족했다.

입체적으로 보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줄 책이 나왔다.

존 스틸 고든이 쓴 '부의 제국'(안진환 외 옮김,황금가지)이다.

저자는 이미 5년 전 한국 독자들에게 '월스트리트 제국'으로 친숙해졌다.

워낙 방대한 자료를 다루는 탓에 초반부는 읽기 힘들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어느덧 책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은 1776년 독립을 선언했다.

독립선언을 기점으로 보면 미국의 역사는 230년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로서 엄연히 존재했다.

이 책에서는 17세기 초반부터의 미국을 다루고 있다.

기회의 땅,신세계를 찾아서,또는 종교적 신념과 부를 위하여,당시 사람들이 미국에 발을 디딜 때만해도 오늘날처럼 강대국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걸 해냈다.

저자가 그 원동력을 4차례의 전쟁으로 보는 것이 흥미롭다.

첫번째 전쟁은 독립전쟁이다.

그 전의 미국은 담배와 쌀 등 영국에서 소비될 작물을 생산해내는 농장에 불과했다.

독립전쟁 이후 미국은 중앙 정부와 헌법의 제정으로 부의 제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두 번째 전쟁은 남북전쟁이다.

비록 50만명의 희생이 따랐지만 '노예제도 폐지'라는 큰 성과를 얻었고 이 전쟁을 계기로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농업기반경제에서 현대적인 산업경제체제로 이행하는 디딤돌이 되었고 카네기,록펠러,J.P.모건 등 거부가 탄생했다.

세 번째 전쟁은 1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이 흑해 연안의 상업활동을 봉쇄하자 미국의 곡물수출은 급속히 증가했다.

유럽이 혼란에 빠져있는 동안 미국은 아시아와 중남미시장을 장악했다.

영국의 전쟁물자 주문도 경제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었다.

네 번째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1930년대를 암울하게 만들었던 대공황의 그림자를 말끔히 걷어냈다.

여러 교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쟁 피해도 거의 입지 않았다.

종전 후 미국 경제는 세계 상품 총생산량의 50%를 차지하게 됐다.

저자는 이처럼 4차례의 전쟁을 가지고 미국의 부의 원천과 힘의 형성과정을 해부한다.

향후 미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세상 모든 이치는 흥망성쇠를 따르기 마련이지만 당분간은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러한 확신이 더욱 강해진다.

576쪽,2만3000원.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 함께 읽으면 좋아요!

이번 주에 나온 '타이쿤-신화가 된 기업가들'(찰스 R.모리스 지음,강대은 옮김,황금나침반)은 카네기,록펠러,제이 굴드,모건 등 미국을 경제 대국으로 이끈 4명의 비즈니스 타이쿤(大君) 얘기를 담고 있다.

냉혹한 승부사 카네기가 천재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한 배경,지적인 엔지니어 록펠러가 경쟁자들을 설득하고 회유한 방법,시장조작의 달인 굴드의 금융 모험,귀족 가문의 은행가 모건이 정부와 기업을 금융위기에서 구해낸 비결을 엿볼 수 있다.

470쪽,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