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대학 강의,밤에는 자원 소방활동.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중 생활을 12년이나 한 사나이가 있다.

뉴욕 머시대학의 프랭크 매클러스키 교수.철학자로 보내는 나날이 무채색이라 영 재미가 없었다면 운동이나 문화 생활로 변화를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불덩이와의 전쟁'을 경력에 추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소방관으로서는 치명적인 고소 공포증에다 폐소공포 증세까지 있었다는데….

'소방관이 된 철학교수'(이종철 옮김,북섬)에서 그는 '뭔가 놓치고 살아간다는 느낌' 때문에 불의 세계로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생각하는 지식인의 공허함을 행동하는 실천가가 됨으로써 달래고 싶었는지 모른다.

1988년 이후 구조 대원으로,앰뷸런스 운전 기사로 현장을 누빈 체험을 이 책에 온전히 담았다.

불길 속에서 한 생명이 이제 막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연기에 질식된 사람들을 구하느라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던 저자.공포와 눈물,가슴 저리는 안타까움에서 겸손과 비움,용기와 희생이라는 인간의 긍정적 덕목을 추출해 낸다.

그것은 온갖 고난과 근심의 화마를 차단시키는 강력한 '물줄기'이자 생존 경쟁에 지친 현대인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산소 같은 지혜이다.

'인간은 같은 여행을 하고 있는 한몸.모든 순간이 하나의 핵심이고 기적이다.

담대한 가슴과 명료한 정신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삶보다 사소한 것들이 행복의 열쇠임을 기억하라.플라톤의 동굴 비유에서 보듯 절반의 어둠 속에서 평생을 살지 말고 사슬에서 풀려나 빛을 보라.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라.' 삶과 죽음의 경계,화염 속에서 그의 성찰이 빛나고 있다.

296쪽,1만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