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이번 주말 한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VWP·Visa Waiver Program) 가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90일 이내 단기 체류자는 비자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9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30일이나 7월1일께 한국과 동구권 일부 국가들의 VWP 가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미국 행정부가 인적 교류를 늘리는 데 대한 정치적 의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미국 국토안보부는 비자 거부율 등 비자 면제를 위한 전반적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조만간 방한할 예정이다.


◆한해 수백억원 비용 절감

VWP는 90일 이내 단기 체류자에게 상용·관광 비자를 면제해주는 미국의 정책이다.

미국 비자를 신청하는 우리 국민은 한 해 40만명에 이른다.

1인당 수수료와 인터뷰 비용이 12만5000원이다.

시간 비용까지 감안하면 우리 국민이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한 해 1000억원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VWP에 가입해도 모든 비자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백억원대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방학·휴가철마다 유학생과 여행객들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27개국에 VWP를 적용한다.

미국은 추가 가입을 추진하는 한국 체코 그리스 헝가리 폴란드 중 우리나라를 1순위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결정권은 의회에

우리나라의 VWP 가입은 미국 의회에 달려있다.

VWP 가입은 △비자 거부율 3% 이하(우리나라는 3.5%) △기계 판독이 가능한 전자 여권 도입 △불법 체류자 대책 마련 등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중 비자 거부율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 의회에 계류돼있는 '비자면제국 확대 법안'이 빨리 처리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법안은 비자 거부율 조건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미 상원과 하원은 어느 선까지 완화하느냐를 놓고 아직 합의를 못 봤지만 대체로 5% 정도는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확대안이 통과되면 행정부가 세칙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가는 데 통상 3~6개월 걸린다.

불법체류·밀입국 등을 방지하기 위한 공동 사법체계 구축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가능

외교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미 의회에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VWP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을 이보다 앞당기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여권 때문이다.

전자 여권 도입은 VWP 가입의 필수 조건이다.

전자 여권은 시범 발급 후 4~5개월의 시험 기간을 거쳐야 전면 시행할 수 있다.

시범 발급은 연말이나 내년 초에 가능할 전망이어서 전면 시행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