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입안자'인 금융감독위원회와 '집행자'인 금융감독원 간 엇박자가 여의도 증권가의 입방아에 올랐다.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이 그동안 막아오던 증권사 신설을 '허용하겠다'는 쪽으로 기자 브리핑을 한 데 대해 윤용로 금감위 부위원장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사실상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당국간 이견의 틈새에서 금융사들은 맘 고생을 많이 했다.

분위기에 편승해 발빠르게 증권사 신설방침을 흘린 기업은행 강권석 행장은 금감위로부터 '자중하라'는 경고를 받았고,한 외국증권사도 증권업 국내 진출의사를 타진했다가 '좀 더 기다리라'며 면박을 당했던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설익은 정책발표로 인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필요에 따라 '준칙'과 '변칙'사이를 줄타기 하는 감독당국의 잘못된 관행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대표는 "대외적으로는 '준칙주의'를 강조하며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증권사 신설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실제로는 행정지도를 통해 서류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이중 플레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자의적인 판단을 앞세워 '관치'의 냄새를 풍기는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달 발표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자평한 '기업공개 선진화 방안'도 찬찬히 뜯어보면 그동안 편법을 자행해 왔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획기적인 조치라며 발표한 '신규상장시 주식해외매각'이나 '신주 발행없는 상장' 등은 원래 금지규정이 없어 가능했던 사항들이다.

근거없는 행정지도를 통해 관행적으로 막아왔을 뿐이다.

또 '풋백옵션'을 폐지하면서 '전 세계에 유례없는 제도'라고 밝힌 것은 그동안 비정상적인 제도를 운영해 왔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변칙'은 요즘 불거진 신용융자를 둘러싼 난맥상으로 이어진다.

감독당국은 "신용융자는 증권사의 자율영역이고,미국 일본에 비하면 금액이 적어 큰 문제 없다"는 브리핑을 했지만,바로 다음날 '빚내서 주식투자해서야…'라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직접규제 모드로 돌변해 증시에 충격을 몰고 왔다.

다행히 뒤늦게 자의적 감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얼마전 '감독규범 제도화 작업반'을 구성했다고 하니 제머리를 깎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백광엽 증권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