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자이너] 정우형 대표 "생활용품 디자인요? 뒷북쳤다간 소비자들 질리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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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을 디자인하는 다담디자인 대표 정우형씨(48)는 23년 경력의 베테랑 산업디자이너다.
코원시스템의 이동식멀티플레이어(PMP) 에이투(A2)·디투(D2),팅크웨어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프로업(PRO UP),슈프리마 지문인식시스템 보이스테이션,샤프전자 전자수첩 900MP,벅스 이어폰 BB10 등 우리가 들어서 알 만한 IT 제품의 디자인이 그가 이끌고 있는 '다담' 디자인팀에서 탄생했다.
이들 제품 모두 각종 디자인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지금의 다담 디자인 대표로 자리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1984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디자인 종합연구소에 입사하면서 산업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7년간 금성사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며,최연소 팀장이 됐는가 하면 국내대회 수준에 불과했던 LG 디자인 공모전을 국제화시켰고,디자인 작업에 컴퓨터 캐드(CAD)시스템도 도입했다.
"점점 기술의 첨단화에 부응해 가면서 디자인 분야도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기 시작했어요.
디자인의 개념을 큰 테두리로 바라보니 한 가지 분야의 디자인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을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군요." 그는 금성사를 나와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내오 인터내셔널'을 차렸다.
1990년대 초 국내 디자인 컨설팅 회사는 10개 정도에 불과했다.
의욕이 앞선 그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 40여명을 끌어모았지만 디자인 컨설팅 분야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때라 고전을 거듭했다.
150만원이던 디자이너들의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회사를 차린 지 2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디자이너들의 월급을 주고 회사를 청산한 것.
"그 뒤 대우전자 등 8군데서 러브콜을 보내 왔었어요.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 스스로 독립할 길을 찾았습니다." 그는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선배를 찾아가 사무실 한쪽을 빌려 지금의 다담디자인을 차렸다.
욕실에 들어가는 장식장을 시작으로 하나씩 제품 디자인 의뢰를 받으며 지금의 다담디자인을 키워온 것.그 뒤로 가습기,토스터기 등을 디자인해 LG전자의 스테디 셀러 제품을 탄생시켰다.
현재 다담디자인은 1년에 50~60개 프로젝트를 컨설팅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트렌드를 만들어 냅니다.
최소 3~4년 흘러갈 수 있게 제품을 디자인해야 하는데 요즘은 3~4개월 정도로 제품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요." 그는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보다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는 디자인이 정직한 디자인,좋은 디자인이라고 강조한다.
"생활용품의 디자인에 있어서 좋은 디자인은 버리는 작업을 통해 나옵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쉽게 접하고 빨리 질리지 않게 하려면 불필요한 요소들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 컨설팅은 '선행 디자인'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벤치마킹'이다.
"시장조사를 통해 이뤄지는 디자인은 뒷북 치는 것밖에 안 됩니다." 대부분 디자인 컨설팅은 고객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수동적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면 고객사가 그들의 기술력에 맞춰 디자인 컨설팅을 의뢰해 오면 우선 디자인할 제품에 대한 교육을 받고,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 현실성 있는 디자인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나 '선행 디자인'은 말 그대로 먼저 기술과 함께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1~2년 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예측·분석해 완성된 제품의 디자인을 고객기업에 제공한다.
이런 선행 디자인으로 탄생한 제품이 코원시스템의 이동식멀티플레이어(PMP) 디투와 중국의 모바일 업체에서 생산한 안테나 없는 휴대폰이다.
"2003년 중국에서 출시된 안테나 없는 휴대폰은 세계 최초의 '인(IN)테나폰' 디자인으로 인정받은 제품입니다.
당시 중국에서 휴대폰 가격이 위안화 기준 1500위안 정도였을 때 '인테나폰'은 8000위안에 팔렸어요."
선행 디자인은 계약의 성사 여부에 관계 없이 자체적으로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그는 제품을 생산해 내는 기업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인정해주고 기술을 개발해 불가능한 것을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보통 고객기업이 의뢰한 디자인은 6주 정도면 완성되지만,선행 디자인으로 이뤄지는 프로젝트는 5~6개월이 걸린다고.
선행 디자인 컨설팅료는 대략 2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렇게 남다른 디자인 철학으로 그가 탄생시킨 제품들은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굿디자인어워드(Good Design Award),2001년 한국 산업디자인상 대상,2005년 전문디자인 기업 대통령 표창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또 지난해에는 IDEA(미국),레드닷(네덜란드)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경쟁대회로 꼽히는 IF 디자인어워드(IF Design Award)에서 2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내가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나를 중심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디자인이 탄생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사용할 때 남자들은 90도로 버튼을 누르는데 여자들은 비스듬히 누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자가 쓰느냐,여자가 쓰느냐에 따라 휴대폰의 디자인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정대표는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디자인을 제품에 입혀내는 게 산업디자이너의 임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코원시스템의 이동식멀티플레이어(PMP) 에이투(A2)·디투(D2),팅크웨어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프로업(PRO UP),슈프리마 지문인식시스템 보이스테이션,샤프전자 전자수첩 900MP,벅스 이어폰 BB10 등 우리가 들어서 알 만한 IT 제품의 디자인이 그가 이끌고 있는 '다담' 디자인팀에서 탄생했다.
이들 제품 모두 각종 디자인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지금의 다담 디자인 대표로 자리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1984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디자인 종합연구소에 입사하면서 산업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7년간 금성사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며,최연소 팀장이 됐는가 하면 국내대회 수준에 불과했던 LG 디자인 공모전을 국제화시켰고,디자인 작업에 컴퓨터 캐드(CAD)시스템도 도입했다.
"점점 기술의 첨단화에 부응해 가면서 디자인 분야도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기 시작했어요.
디자인의 개념을 큰 테두리로 바라보니 한 가지 분야의 디자인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을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군요." 그는 금성사를 나와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내오 인터내셔널'을 차렸다.
1990년대 초 국내 디자인 컨설팅 회사는 10개 정도에 불과했다.
의욕이 앞선 그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 40여명을 끌어모았지만 디자인 컨설팅 분야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때라 고전을 거듭했다.
150만원이던 디자이너들의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회사를 차린 지 2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디자이너들의 월급을 주고 회사를 청산한 것.
"그 뒤 대우전자 등 8군데서 러브콜을 보내 왔었어요.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 스스로 독립할 길을 찾았습니다." 그는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선배를 찾아가 사무실 한쪽을 빌려 지금의 다담디자인을 차렸다.
욕실에 들어가는 장식장을 시작으로 하나씩 제품 디자인 의뢰를 받으며 지금의 다담디자인을 키워온 것.그 뒤로 가습기,토스터기 등을 디자인해 LG전자의 스테디 셀러 제품을 탄생시켰다.
현재 다담디자인은 1년에 50~60개 프로젝트를 컨설팅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트렌드를 만들어 냅니다.
최소 3~4년 흘러갈 수 있게 제품을 디자인해야 하는데 요즘은 3~4개월 정도로 제품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요." 그는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보다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는 디자인이 정직한 디자인,좋은 디자인이라고 강조한다.
"생활용품의 디자인에 있어서 좋은 디자인은 버리는 작업을 통해 나옵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쉽게 접하고 빨리 질리지 않게 하려면 불필요한 요소들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 컨설팅은 '선행 디자인'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벤치마킹'이다.
"시장조사를 통해 이뤄지는 디자인은 뒷북 치는 것밖에 안 됩니다." 대부분 디자인 컨설팅은 고객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수동적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면 고객사가 그들의 기술력에 맞춰 디자인 컨설팅을 의뢰해 오면 우선 디자인할 제품에 대한 교육을 받고,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 현실성 있는 디자인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나 '선행 디자인'은 말 그대로 먼저 기술과 함께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1~2년 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예측·분석해 완성된 제품의 디자인을 고객기업에 제공한다.
이런 선행 디자인으로 탄생한 제품이 코원시스템의 이동식멀티플레이어(PMP) 디투와 중국의 모바일 업체에서 생산한 안테나 없는 휴대폰이다.
"2003년 중국에서 출시된 안테나 없는 휴대폰은 세계 최초의 '인(IN)테나폰' 디자인으로 인정받은 제품입니다.
당시 중국에서 휴대폰 가격이 위안화 기준 1500위안 정도였을 때 '인테나폰'은 8000위안에 팔렸어요."
선행 디자인은 계약의 성사 여부에 관계 없이 자체적으로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그는 제품을 생산해 내는 기업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인정해주고 기술을 개발해 불가능한 것을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보통 고객기업이 의뢰한 디자인은 6주 정도면 완성되지만,선행 디자인으로 이뤄지는 프로젝트는 5~6개월이 걸린다고.
선행 디자인 컨설팅료는 대략 2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렇게 남다른 디자인 철학으로 그가 탄생시킨 제품들은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굿디자인어워드(Good Design Award),2001년 한국 산업디자인상 대상,2005년 전문디자인 기업 대통령 표창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또 지난해에는 IDEA(미국),레드닷(네덜란드)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경쟁대회로 꼽히는 IF 디자인어워드(IF Design Award)에서 2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내가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나를 중심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디자인이 탄생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사용할 때 남자들은 90도로 버튼을 누르는데 여자들은 비스듬히 누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자가 쓰느냐,여자가 쓰느냐에 따라 휴대폰의 디자인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정대표는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디자인을 제품에 입혀내는 게 산업디자이너의 임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