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서민들의 건강을 챙겼던 한증막(汗蒸幕)은 요즘으로 치면 건식 사우나였다.

장작으로 뜨겁게 데운 황토온돌방 위에 솔잎을 깔고 그 위에서 땀을 빼고 나면 그토록 몸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과 음이온 때문이다.

일찍이 황토의 이런 효능을 간파한 세종대왕은 궁중에 한증소를 설치해 고혈압이나 당뇨,난치병 환자들이 이용토록 했다.

세종 자신도 몸이 좋지 않을 땐 수시로 황토방을 드나들면서 원기를 회복했다고 한다.

이후 한증막은 지방 곳곳에 세워지면서 특히 농한기 동안 일에 지친 사람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한증막에 쓰이는 소나무가 대량으로 남벌되자 당국이 규제에 나서면서 한증막은 거의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최근 한증막이 '찜질방'이란 이름으로 부활하면서 우후죽순처럼 퍼져 나가고 있는데 이는 오랜 시일에 걸쳐 형성된 한증막 문화의 소산이 아닌가 싶다.

다만 찜질방은 황토 외에 옥돌,게르마늄,맥반석 등을 사용하고,내부시설이 호화로워지고,규모가 커졌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웰빙바람을 타고 찜질방은 이제 새로운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됐다.

저렴한 가격으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만,무엇보다 그 안에서 먹고,자고,독서를 하고,비디오를 보고,가족들과 어울려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서다.

이런 까닭에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도 찜질방을 곧장 사교장소로 이용하곤 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엊그제 한국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07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도 찜질방이 '영화보기''쇼핑'에 이어 10위를 기록했다.

휴식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찜질방 열풍이 그리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찜질방 에티켓'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 곳을 이용하는 탓에 자칫 불미스런 일들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해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