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부터 다시 사상 최고치 경신을 향해 상승세를 보여온 중국 증시가 주춤하고 있다.

한 달 전 사상 최고치(4334.92)를 기록한 후 급락한 상하이종합지수는 6월 초 이후 반등을 시도했지만 지난 19일 사상 최고치에 1.5% 못미친 4269.52를 정점으로 재차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과열 증시를 진정시키기 위해 각종 유동성 억제 조치를 쏟아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H주지수는 상승 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열기 식는 중국 증시

2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39% 하락한 3820.70으로 마감했다.

전일도 4.03% 급락하는 등 이틀 새 6.42% 떨어졌다.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하이B주 지수도 이날 2.01% 내린 254.98에 장을 마쳐 5월21일 사상 최고치(365.65) 이후 하락폭이 43.4%에 달했다.

객장의 열기도 다소 식고 있다.

이달 초 새로 허가된 4개의 펀드 모집에선 줄서기 풍경이 사라졌다고 중국 CCTV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27일 상하이와 선전 증시 신규 계좌 개설 건수도 15만개로 4월 초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하루 30만개가 새로 생겨나며 최근 1억개를 돌파한 주식계좌 개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 내국인 전용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QFII)가 운용하는 140억위안(약 1조68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최근 환매 사태를 맞았다는 소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동성 억제로 속도 조절

중국 증시의 상승 탄력 둔화는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갖가지 악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이날 표결을 통해 국무원(중앙정부)에 예금 이자소득세 철폐 및 감세 권한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20%의 이자소득세율이 우선 10%로 줄고 향후엔 폐지될 것으로 중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저축(예금)에서 증시로의 유동성 이동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4월의 경우 예금액이 1674억위안(약 20조880억원) 빠져나갔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폭 감소다.

최근 국유 기업에 주식 매입용 자금을 불법 대출해준 8개 은행을 처벌한 것이나 단기외채 및 수출입가격 조작 등을 통한 해외 핫머니 유입 규제에 나선 것도 유동성 억제를 겨냥한 것이다.

중국 증시에 유입된 헤지펀드 규모는 500억달러로 중국 정부가 공식 인가를 내준 QFII의 투자 한도 100억달러의 5배에 이른다는 게 중국 사회과학원의 추산이다.

국가외환공사 설립을 위해 1조5500억위안(약 186조원)의 특별국채를 발행키로 한 것도 시중의 유동성 흡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7월1일부터 무려 2831개 상품에 대한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을 취소하거나 축소키로 한 것은 수출 급증에 따른 유동성 증가를 억제하는 동시에 상장사의 수익성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내달부터 해외펀드 운용 주체를 증권과 자산운용사로 늘리는 등 QDII제도의 확대도 넘치는 유동성을 해외로 돌림으로써 중국 증시의 과열을 식힐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QDII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홍콩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해외 주식 투자 1순위로 중국 기업이 대거 상장된 홍콩 증시를 꼽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날 "중국 증시가 단기적인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본토 A주에 비해 저평가된 홍콩 H주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권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