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협상,추가협상을 거쳐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을 마무리짓지만 발효까진 갈 길이 멀다.

양국 모두 대선 등 정치적 변수가 산적한 데다 국내 반대도 만만치 않아 의회 비준을 거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양국이 협정문에 미 의회가 요구한 '신통상정책'을 반영한 만큼 비준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준되면 60일 이후 발효

한국의 경우 비준 절차는 간단한 편이다.

정부가 비준동의안과 개정이 필요한 국내법을 정부입법 형태로 발의하면 본격화된다.

상임위원회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표결된다.

비준안 처리 시한이 없어 통과 시점은 예측할 수 없다.

한ㆍ칠레 FTA의 경우 2002년 말 국회에 제출됐으나 4번 상정된 끝에 2004년 초 국회를 통과,비준에 1년6개월이 걸렸다.

미국은 절차가 훨씬 복잡하다.

미 행정부는 FTA 시행을 위해 필요한 국내법 개정 사항을 서명 후 60일 이내(8월30일)에 의회에 통보하고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통령과 의회에 FTA로 인한 파급효과 보고서를 90일(9월30일) 이내에 보고토록 돼 있다.

이후 행정부가 언제든 FTA 협정문과 이행법안 최종안을 패키지 형태로 의회에 낼 수 있다.

의회는 이를 9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하원 세입위 45일→하원 본회의 15일→상원 재무위 15일→상원 본회의 15일 등이다.

한·미 FTA는 무역촉진권(TPA) 적용을 받아 찬반 표결로 비준 여부만 결정하게 된다.

다만 이행법안이 한 번 거부되면 TPA 효력은 사라진다.

미 행정부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FTA 발효는 양국 의회가 모두 비준을 끝낸 60일 이후부터나 양국이 합의한 특정일부터 발생된다.

◆양국 대선 등으로 비준 전망 불투명

정부는 비준동의안을 9월 정기국회에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대선(12월19일)과 내년 총선(4월)을 감안할 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몸사리기 등으로 내년 18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원칙적으로 비준에 찬성하지만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또 농촌 출신 의원들은 당론과 상관없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상황은 더욱 안갯속이다.

보호무역 색채가 강한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이 됐기 때문.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민주당엔 FTA에 무조건 반대하는 의원이 50명은 된다"고 말했다.

한·미 FTA를 가장 먼저 심의할 하원 세입위원위의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장(민주)은 자동차산업 본거지인 미시간주 출신으로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상원 재무위의 맥스 보커스 위원장(민주)도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TA를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미 행정부가 이행법안을 낼 시기인 올해 말부터 대선을 위한 선거전이 본격화된다.

제프리 쇼츠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은 "한·미 FTA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만큼 미 행정부는 제출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내년 2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른 뒤 잠시 여유가 생길 때 내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호 무역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비준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하지만 양국 모두 대선 등 정치적 상황이 걸려있어 시기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