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사무실이 품귀다.

경기 회복을 타고 대치동·역삼동·서초동 등 강남 중심 지역에서 사무실을 구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지만,사무실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서초동 삼성타운 이전과 관련한 사무실 수요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생명 강남사업부 등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삼성전자 등이 속속 입주하는 일정에 맞춰 거래업체 등 관련 업체들이 미리 인근에 사무실을 확보하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에서는 연면적 200평 이상 사무실이 크게 부족해 임대료가 연초보다 20%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250명 정도가 근무할 수 있는 1000평 이상 대형 사무실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구하기 어렵다.

실제 올초 이후 15개사 정도가 1000평 이상 사무실을 찾았지만,이를 구한 곳은 두 곳뿐이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이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1600평짜리 사무실을 구해 입주했고,ING생명이 지난 5월 서초동 한솔엠닷컴빌딩에서 영업소로 쓸 1642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입주를 준비 중인 것이 전부다.

현재 저축은행과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사무실 확보에 동분서주하고 있지만,성과가 없다.

연면적 4만평을 넘는 초대형 빌딩들은 대부분 오래 전에 빈 사무실 없이 꽉 채워져 있어 사무실 수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GS타워(연면적 4만2000평) 아셈타워(4만4000평) 포스코타워(5만4000평)는 물론이고 이보다 규모가 작은 교보타워(2만8000평) 등도 공실률이 '제로' 상태다.

6만4000평으로 가장 규모가 큰 강남파이낸스센터도 빈 공간(공실률)이 5%밖에 안 된다.

이 바람에 500평 안팎의 중형 사무실을 얻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역삼동 데이콤빌딩의 경우 임대계약이 끝난 500여평짜리 사무실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입주하겠다는 업체가 나서 한 달도 안돼 계약을 맺고 입주까지 마쳤다.

200~300평짜리 중·소형 사무실도 급속히 소진되는 추세다.

테헤란로에 있는 연면적 2700평 규모의 18층짜리 대각빌딩은 올초만 해도 5~6개 층이 비어 있었으나 지금은 입주 업체가 꽉 찼다.

대로변 뒤쪽에 있는 빌딩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나 그래도 계약하려면 2~3개월 정도 기다리는 것이 예사다.

자산관리 업체인 샘스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강남지역 사무실 공실률은 1.4%로 작년 4분기(1.8%)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사무실 이전에 따른 일시적인 공백으로 생기는 1.3% 안팎의 이른바 '마찰 공실률'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사실상 빈 사무실이 없다는 얘기다.

강남권 공실률은 도심권(1.9%)과 여의도권(2.1%)보다 크게 낮아 사무실 수요가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삼성타운 외에 엔씨소프트 등의 사옥용 빌딩과 유창 뉴시티타워 등 임대용 빌딩이 건설되고 있으나 기업들의 사무실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2009년과 2010년 입주할 수 있는 신축 빌딩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같은 수급난을 반영,사무실 임대료는 연초보다 15~20%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500평짜리 사무실은 연초 평당 보증금 50만원·월세 5만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보증금 60만원·월세 6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200~300평짜리도 올 1월 평당 보증금 45만원에 월세 4만5000원이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5만원을 줘야 한다.

특히 일부 건물주들은 서초 삼성타운 입주에 따른 수요 증가를 의식,임대료를 15% 이상 올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경기 회복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

오피스 중개업체 관계자는 "사무실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업체가 우리 회사에만 현재 15개사로 작년 이맘때보다 30% 정도 늘었지만 아직 구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