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뉴타운 지역의 자치구들이 뉴타운 사업지 안에서 중대형 아파트 늘리기에 본격 나섰다.

그러나 이는 강북지역 뉴타운의 소형 아파트 비율을 높여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서울시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재정비촉진계획안이 수립돼 주민공람에 들어간 성북구 장위뉴타운의 경우 전용면적 85㎡(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 비율이 당초 12%에서 37%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전용면적 60㎡(18평) 이하 소형 아파트 비율은 51%에서 23%로 낮아졌다.

성북구 관계자는 "당초 건립 계획 가구 수는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가구 수(주민등록 가구 수)보다 500가구 정도 많은 2만7500가구였지만 이 경우 소형 아파트가 너무 많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주민 의견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때문에 건립 계획 가구 수를 13.8% 줄여 2만3754가구로 조정하면서 중대형 아파트 비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정해진 용적률 아래에서 건립 계획 가구 수가 줄어드는 만큼 가구당 면적이 커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성북구는 '13.8%'라는 숫자의 근거에 대해 "입주가 완료된 성북구 길음뉴타운의 경우 주민등록 가구 수가 실제 거주 가구 수보다 13.8% 많은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위뉴타운 사례가 알려지면서 영등포구 신길,동대문구 이문 등 최근 재정비촉진계획안의 주민공람이 진행된 다른 뉴타운지구에서도 중대형 아파트 비율을 높여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중대형 아파트 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장위뉴타운에서까지 이 비율을 좀더 상향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신길뉴타운이 속해 있는 영등포구 관계자는 "이곳은 뉴타운 중 대표적인 인구과밀 지역으로 건립 계획 가구 수(1만9000여가구)가 주민등록 가구 수의 85%밖에 안되는데도 중대형 아파트 비율이 25%나 된다"며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를 좀더 늘려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거세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치구들이 중대형 아파트 늘리기에 잇따라 나서자 당초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최소 해당 지역의 주민등록 가구 수만큼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원칙이 다소 완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드시 주민등록 가구 수만큼 건립하기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각 뉴타운지구별 여건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중대형 아파트 비율과 공급 확대 문제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뉴타운을 강북의 고급 주거단지로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급을 줄이거나 용적률을 늘려주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