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3만여명으로 민주노총 산하 단일노조로는 국내 최대인 금속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없이 한미FTA저지 정치파업을 첫 작품으로 내걸었다가 '파업실패'로 역풍을 맞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 산별노조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따라서 다음달부터 예정된 금속노조의 중앙 임단협 교섭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번 금속노조 정치파업이 실패한 이유는 조합원 4만4000여명의 현대차 지부 조합원들이 과거와 같은 파업동력을 실어주지 않은게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 조합원들은 공장에 남아 회사측 관리자들과 파업으로 멈춘 공장을 재가동하는 '항명사태'도 벌였다.

일부 생산라인에서는 아예 노조지도부 파업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 공장을 정상적으로 돌리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 20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일어난 셈이다.

따라서 현대차 노조가 강성 노조의 상징인 빨간 조끼를 벗어던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노조간부는 "이젠 무조건 조합원들에게 강요하는 식의 전투적 노동운동은 먹혀들지 않는다"면서 "말없는 조합원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고 그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정치파업을 강행한 금속노조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실제 현장의 파업거부 움직임은 금속노조 파업지침을 사실상 정면 거부한 것으로 금속노조 규약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220개 사업장이란 거대한 단위조직을 이끌어가는 금속노조와 현장의 단위사업장 노조간에는 근본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것이 많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갈등관계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금속 노조는 일단 7월말 산별교섭 쟁취를 위한 총파업을 통해 실추된 명예를 원상회복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최대 단위조직인 현대차 지부를 비롯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염증이 극에 달해 있는데다 강-온파간 갈등양상이 벌어지고 있어 과거처럼 총파업에 동력을 불어넣기는 힘들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