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불법파업에 대해 솜방망이로 대응한다는 비난을 받던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경찰은 금속노조와 현대차노조의 불법 정치파업에 대해 잇따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도부 검거에 나서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끝났는 데도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은 예전에 없던 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노조 지도부는 정부의 강력 대응에 크게 당황해하며 대응책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파업 악순환 고리 끊겠다

정부가 공권력 행사에 적극적인 것은 그동안의 안이한 대응이 불법파업을 부추겼다는 비난 여론 때문이다. 매년 노동자의 근로 조건과 상관없는 정치파업이 되풀이 돼도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을 져 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노조의 정치파업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입버릇처럼 밝혔지만,실제 전면적인 공권력을 발동한 적은 거의 없다. 사태가 끝나면 없었던 일로 해줘 말그대로 엄포 수준에서 끝내고 말았다.

지난해 12차례의 정치파업에 대해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노조의 파업 자제를 촉구했지만 '파업자제 촉구 성명' 그 자체에 의미를 둬온 것도 사실이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경찰에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하지만 사법당국이 법대로 해결해 준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노동부 고위 관계자가 "왜 정부는 공권력을 제대로 발동하지 않고 엄포만 놓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러면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을 모두 사법처리해야 하느냐"며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신뢰를 잃고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아온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교수(경제학)는 "불법파업이 눈앞에서 뻔히 벌어지는데도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노동계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다름아니다"라며 "노동운동이 제 궤도를 찾으려면 정부의 일관성 있는 노동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엄포만 놓다 보면 노동계가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게 되고 불법파업이 습관처럼 벌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불법파업→솜방망이 처벌→불법파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완전히 끊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관련 불법파업을 계기로 정부 내에서도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앞으로는 노조의 불법파업이 과거 스포츠하듯 진행되는 모습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배후세력 끝까지 추적

경찰은 금속노조 지도부 검거와 관련,배후세력을 끝까지 추적할 방침이다. 그래야 강경파들이 벌이는 치고 빠지기식의 게릴라성 불법파업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이 겉으로는 파업의 중심에 있었지만 강경파의 흔들기에 어쩔 수 없이 떼밀렸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강공으로 선회한 데는 금속노조가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고 나온 것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노동계의 로비를 받은 민주당 지도부가 미국 자동차산업의 타격을 우려해 한·미 FTA를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정착 가장 큰 수혜를 입는 현대차노조 등이 이에 반대파업을 벌여 정부의 강경대응을 자초했다는 해석이다. 또 현장노조원들이 지도부에 반발하고 울산시민들이 현대차 살리기에 나선 점도 정부의 태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