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미국 상무부의 인쇄용지 반덤핑 예비판정에서 '무혐의'를 받은 무림페이퍼 한솔제지 한국제지가 미국시장 수출 확대에 호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인쇄용지 제조업체들이 이번 예비판정에서 최고 99%에 이르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아 가격 경쟁력에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인쇄용지를 수입해 오던 미국 인쇄용지 수입업체들이 거래선을 한국업체들로 돌리고 있고 특히 기존에 한국과 거래를 해온 미국업체들은 주문량도 크게 늘리고 있다.

무림페이퍼 한솔제지 한국제지는 이처럼 미국 측으로부터 주문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올 하반기에 미국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13만8000t)보다 최대 52% 늘어난 19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각 업체별로 따질 경우 작년 하반기 대비 40~100%(월평균 3000~5000t)씩 증가한 수치다.

성동호 한국제지 영업이사는 "최근 중국 첸밍사로부터 인쇄용지를 수입하던 미국의 한 업체가 대량의 인쇄용지 공급을 요청해 와 어느 정도 물량을 줄지를 놓고 내부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거래선이 요구한 양은 한국제지가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 수출해 온 월평균 3000t의 2배에 달하는 월 6000t에 이른다는 것.

무림페이퍼는 대미 수출량이 지난달부터 전달보다 50% 증가한 월 1만5000t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월 1만8000t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솔제지도 지난 6월부터 전달보다 4000t 늘어난 1만4000t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인쇄용지의 대미 수출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작년에 t당 평균 1030달러(운임료 포함 가격)의 가격으로 미국에 수출했던 한 업체의 경우 지난 4월에 수출단가를 44달러 올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수출가가 1100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값도 올라가고 주문량도 급증하는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을 위해 내수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수출해온 동남아와 유럽 지역 물량을 줄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미 상무부로부터 고율의 반덤핑 관세 부과판정을 받은 중국이 대미수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을 한국업체들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쇄용지 대미 수출량은 한국 43만t,중국 26만t 등이다.

김미연 동양종금증권 선임연구원은 "반덤핑 예비판정 등의 호재로 국내 인쇄용지의 미국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원재료인 펄프가격 인상과 내수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던 업계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