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가능한 금융상품 대거 쏟아진다

금융투자상품의 르네상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면 희소성이 있으며 지수화가 가능한 모든 것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 부동산 탄소배출권 변동성지수 등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파생상품들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자산의 획기적 확대

기존 증권관련법에는 유가증권과 장내외 파생생품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은 국채 지방채 특수채 주식 수익증권 등 21종으로 제한돼 있으며 장외파생상품의 형태도 선도 지수선도 스왑 옵션 등 4개로 한정됐다.

금융회사는 이들 열거된 상품만 취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통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투자성' 즉 원금의 손실이나 추가지급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상품을 금융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도덕적,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라면 어떤 종류의 금융상품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주식파생상품외에 이자율 외환 신용은 물론 경제변수 및 자연현상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시장도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상품 시장은 거의 무제한으로 확장될 수 있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파생금융상품으로 여러 위험을 헤지할 수 있게 되면 국내시장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몰릴 수 있게 된다"며 "파생상품시장의 확대가 한국 금융시장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상품 나올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상품화가 가능한 파생상품으로 부동산과 날씨를 꼽는다.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미국에서는 이미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상장된 날씨 파생상품은 공항이 있는 미국 14개 도시 기온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것이다.

미국의 날씨 관련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지수 파생상품도 지수화하기 쉬운데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점에서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거래소에서도 지난 3월에 이 파생상품이 상장됐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올 하반기에 개별주식 선물,돈육 선물,10년 국고채 선물 등을 새로 상장시킬 예정이어서 파생상품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파생상품이 도입되면 현물 거래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게 돼 거래가 더 활발해지고 위험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 자체의 리스크가 적지 않아 코스피200 옵션처럼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수요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리스크에 대해서는 정확히 인식을 하고 투자하도록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

자통법 이것이 궁금하다

상품개발때 내거티브규제 적용

금지항목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

실업률ㆍ신용연계 상품도 등장가능

-포지티브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는 어떻게 다른가.

▶포지티브 규제는 법에 열거된 항목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열거주의라고도 부른다.

주식 채권 유가증권 통화 등 법률상 가능한 상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개발에 제한을 받게 된다.

반면 자통법에서 적용되는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이 인정되는 방식이다.

금융소비자들은 자신의 투자목적에 맞는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게 된다.

-파생상품은 어떤 것들이 가능한가.

▶자통법에서 파생상품의 의미는 타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외생적 지표에 의해 수익이 결정되는 증권으로 확대된다.

즉 지금까지 국·공채 통화 주식 등으로 한정됐던 파생상품 기초자산의 범위가 실업률과 같은 거시경제 변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권,일조량,날씨 등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대상으로 확대된다.

전세금이나 음반 로열티,상속권 등 재산가치가 있는 모든 것들을 기초로 한 유가증권의 개발이 가능하며 신용연계 또는 펀드연계 증권,역변동금리증권 등의 결합상품도 등장할 수 있다.

-펀드에도 변화가 있나.

▶펀드의 자산별 투자비중 등을 정하지 않고 어떤 자산에나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도 나올 수 있게 된다.

현재 증권펀드는 증권을 40% 이상,부동산펀드는 부동산을 70% 이내로 매입해야 하며 광산 임산물 등에 투자하는 실물펀드는 부동산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모두 자유화된다.

-2009년부터 당장 새로운 상품들을 만날 수 있나.

▶기초자산을 평가하는 방법이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

파생상품은 특성상 변동성이 클수록 기대수익이 높아지는데 이 변동성을 확률로 수치화해 가격(기대수익)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선진시장에서도 평가상 제약 등으로 날씨 등을 상품화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국내에 자연환경을 기초로 한 상품이 도입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성도 관건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