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얼마전 프랑스 음료회사 다농은 중국 합작 파트너인 와하하를 고소했다.

와하하가 합작 당시의 계약을 어기고 다른 계열사 제품에 와하하 상표를 달았다는 혐의였다.

이번 갈등은 중국에서 실패한 결혼을 표현할 때 곧잘 쓰이는 '동상이몽'이란 말을 연상시킨다.

아무리 큰 이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중국에서의 조인트 벤처는 점점 더 실속 없는 동맹이 되고 있다.

다농과 와하하의 갈등은 이 둘이 한때 성공적인 파트너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외국 기업 혼자 중국에 진출하는 게 제도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던 1996년,다농은 중국의 유명 생수업체 와하하와 힘을 합쳤다.

둘은 이후 중국 제일의 음료 회사로 성장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런데 상황이 갑자기 악화됐다.

지난 4월 다농은 와하하가 조인트 벤처의 주요 상품을 베낀 후 다른 계열사를 통해 팔았다며 종칭후 와하하 회장을 고소했다.

다농은 와하하가 자신들의 회사를 해적질해 빼앗았다며 격앙돼 있다.

반면 와하하는 원래 합작 계약이 불공정했으며 다농의 와하하 상표권은 정부에 제대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중국에 조인트 벤처 방식으로 진출하는 외자기업은 전체의 27% 정도다.

5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비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조인트 벤처는 중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자체 인력을 중국에서 가동할 여력이 없는 외국 기업들에 매력적인 대안이다.

중국에서 조인트 벤처를 시작하려는 기업이라면 두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자사의 이익을 보호하려면 각종 자료와 증명 서식을 충분히 갖춰놓아야 한다.

둘째,중국어로 말하고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자체 직원을 중국에 보내야 한다.

다농 같은 대기업이 쩔쩔매는 것을 보면 이 두 원칙 모두를 어긴 것 같다.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종칭후 와하하 회장에게 모두 맡긴 것도 화를 불렀다.

다농은 와하하의 항저우 본사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경영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다농의 빈 자리에서 종칭후 회장의 주도권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리고 중국 지부가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합작 관계를 조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이번 갈등에서 중국 정부와 법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결론이 어떻게 나든 교훈은 정해져 있다.

이미 중국 기업과 합작 관계를 맺은 외국 기업들은 그들의 경영 전략을 다시금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조인트 벤처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이번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그들의 노력이 헛수고에 그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비즈니스 시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혼자 진출했을 때'라는 단서가 붙을 전망이다.

파트너 없이 혼자 시작하는 데엔 많은 위험이 따르지만 실패했을 때 적어도 욕을 먹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법률자문회사 해리스앤무어PLLC의 댄 해리스 중국 전문 변호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조인트 벤처의 위험'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