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ㆍSKㆍGS홈쇼핑 등 기업들 임직원 교육 교재로 인기

중국에서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중국 국영방송 CCTV의 다큐멘터리 '대국굴기'가 국내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강대국의 흥망성쇠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정치는 물론 기업 경영에 다양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대국굴기' 시청과 학습 붐이 확산되고 있다.

■ 뜨거워지는 학습 열기

'대국굴기' DVD의 국내 배급을 맡고 있는 다우리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는 '대국굴기' DVD를 주문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DVD를 구매했다.

이에 앞서 올초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굴기' 12편을 모두 보고 공식 석상에서 시청 소감을 밝힌 데 이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시청을 권유해 화제가 됐다. 여기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대국굴기'를 시청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열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열기는 기업들이 먼저 감지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물론 SK㈜ GS홈쇼핑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직원 교육용으로 '대국굴기' DVD를 구매하고 있다. 이상훈 다우리 이사는 "이미 출시 전부터 웬만한 대기업의 인사·교육담당 부서에서 언제 출시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고 직장인들이 개인적으로 주문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입 논술시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학부형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방송가에서도 단연 '대국굴기'가 화제다. 올초 '대국굴기'를 12회에 걸쳐 방영했던 EBS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달 25일부터 재방송에 들어갔다. 케이블·위성TV인 히스토리채널도 2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특히 CEO 대상 교육 사이트인 한경 HiCEO(www.hiceo.co.kr)가 지난 5월부터 '대국굴기'의 주요 내용을 리뷰하는 동영상 특강(총 15강)을 제작해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는 기업 경영자와 각 기관장들까지 학습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리더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조직 전략과 비전을 가다듬은 교과서로 '대국굴기'를 채택하고 있는 조직도 늘어나고 있다. HiCEO는 4일 오전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대국굴기에서 배운다'를 주제로 조찬 포럼(오전 7~9시)을 개최한다.

■'대국굴기' 왜 인기인가

중국 CCTV가 제작,경제 채널에서 방영한 '대국굴기'는 신대륙 탐험에 나서면서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비롯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 등 15세기 이후 부침했던 9개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 영감을 제공했던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 폴 케네디 등 100여명의 국제전문가 정치인 등의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준다.

중국에서는 가히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중국 언론매체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CCTV에서 방영되는 동안 중국 도시 성인 남녀의 27.5%가 이 프로그램을 보았고 29.5%는 보지는 못했지만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고 한다.

DVD가 출시됐을 때는 3일 만에 매진 사태를 빚었다.

시청률과 판매 면에서 여러 가지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대국굴기'가 화제를 불러일으킨 또 다른 이유는 이 프로그램을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화 사상,서양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치욕적인 근대사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기피하다시피했던 서방 선진국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였을 뿐 아니라 자유와 평등,민권 등의 민주주의 이념을 향후 강대국이 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의 '최강국 비전'이 녹아 있는 프로그램

'대국굴기'는 단순 TV 프로그램이 아니라 중국 국민들을 위해 중국 정부가 치밀하게 준비한 집단 학습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실제로 중국은 프로그램 제작에 앞서 2003년부터 중앙정치국이 '15세기 이후 세계 주요국의 발전사'라는 테마를 잡고 학습 기관을 조직해 자료를 수집해 왔다. 프로그램 방영 이후 9개 강대국의 부흥과 쇠락을 통한 교훈 외에 중국 정부의 의도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었다.

해외 언론들은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준비 수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는 열풍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인데도 비전과 전략 논의가 자취를 감춘 정치 현실에 대한 반감이 변화에서 기회를 잡아낸 강대국 역사에 관한 관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 '선진 강국의 비전을 논하자'는 공감대가 퍼져 가고 있다는 얘기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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