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내일 후회할 내용을 오늘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후회하게 될 내용을 오늘 미리 알 수만 있다면 현재 우리의 삶은 얼마나 더 충실해질까?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심에 김치찌개를 먹을 걸 괜히 된장찌개를 먹었다.’와 같은 일상적인 후회에서부터 ‘적립식 펀드에 들 걸, 괜히 직접 투자했네.’와 같은 비교적 큰 후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선택에는 반드시 후회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미래의 후회를 미리 알 수만 있다면 현재의 우리 삶은 훨씬 더 쉬울 것이다.

당신이 미래에 하게 될 모든 후회에 대해서 알려줄 수는 없지만, 학자들의 연구는 적어도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알려준다. 바로 당신은 당신이 저지른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두고두고 더 많이 후회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로 인한 실패나 실수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좌절하거나 괴로워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비교적 잘 견뎌낸다. 게다가 그 일을 통해 많이 배웠다는 의미 부여까지 한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다가온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마음을 고백하고 당하는 무안함은 며칠이면 극복할 수 있지만, 고민 끝에 고백을 포기한 사람은 평생을 후회하게 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경험하는 어려움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줄어들지만, 도전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아쉬움은 평생의 한으로 남게 된다.

성공하는 사람은 늘 ‘접근의 프레임(마음의 창)’을 견지하는 사람이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해보기나 했어?”라는 유명한 말처럼 다른 사람에게 접근하고, 새로운 환경과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이 접근의 프레임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늘 그 자리에서 핑계만 대는 사람들은 회피와 자기 방어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 프레임에 비친 세상은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위험한 곳’이고,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일은 ‘괜히 나섰다가 망신만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접근의 프레임은 세상사를 의미 중심으로 바라볼 때 가능하다. 한 청소부의 이야기이다. 힘든 일을 하는 분이었지만 표정이 늘 밝아서 한 젊은이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 청소부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이 청소부의 프레임은 자신의 일을 단순한 ‘청소’나 ‘직업’으로 보지 않게 하고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는 위대한 일로 바꿔놓은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그리고 회사의 동료와 직원들에게 회피와 안주보다는 접근의 프레임을 심어주고 싶은가? 그럼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을 의미 중심으로 보게 하라.

지금 그 자리에서 늘 핑계만 대고 있는 당신, 당신이 허송세월한 오늘은 누군가가 간절히 원했던 내일이었다는 점을 잊지 마시라.


칼럼니스트 소개

현재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된 연구 관심사는 동양과 서양의 심리적 차이, 인간의 판단력과 의사 결정, 행복 등이다. 이러한 연구 과제의 연장선에서 《생각의 지도》와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를 번역한 바 있다. ‘프레임’에 초점을 맞춘 신간 《프레임》은 그간 심리학이 밝혀낸 유용한 지식들을 대중화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쓴 첫 작품이다. 사회심리학 분야의 대표적 국제 학술지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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