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鍾 範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4년간 국민연금이라는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앞에 둔 채 치료방법을 놓고 벌여왔던 싸움이 끝나게 돼 천만다행이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치료법은 '지금처럼 내되 덜 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치료방법으로도 국민연금의 병이 완치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고작 수명을 13년 연장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1988년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기형으로 태어난 국민연금의 고질병을 고치고자 한 시도는 199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999년에는 70%의 연금급여율을 60%로 낮추었고 이번에는 40%로 낮췄다.

거의 10년에 한 번꼴로 치료가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 완치를 위한 치료는 앞으로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20년 가입해서 60세가 되는 국민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해서 연금을 받게 됨에 따라 기득권자가 급속히 늘기 때문이다.

연금수급자가 많아질수록 연금구조를 조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정안정화 효과는 떨어진다.

그래서 이제는 완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을 찾아야만 한다.

최상의 치료법은 바로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체계로 흡수한 뒤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국민연금을 이원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원화를 계기로 소득비례연금을 완전적립방식으로 바꾸게 되면 기금고갈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

다시 말해서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번에 통과될 안에 따르면 최대 기금적립금 규모가 당초보다 50% 이상 늘어나 26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는 2060년에는 이 적립금이 금융시장에 있다가 사라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갈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핵폭탄급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소득비례부분을 완전적립방식으로 바꾸어 기금고갈을 근본적으로 막는 것이다.

이처럼 완전적립방식으로 바꾸게 되면 일정 규모의 기금은 늘 금융시장에 남아 있게 된다.

나아가 경제나 금융시장에 주는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용 방법을 찾아내,이를 토대로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성장 재료가 될 수 있다.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이원화하게 되면 사각지대의 문제해결도 쉬워진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이미 통과된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자를 60%에서 70%로 확대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30%에 이르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더구나 부부를 기준으로 소득이나 재산을 보고 기초노령연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므로,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남편을 둔 전업주부의 경우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 부부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원화 구조하에서는 기초연금의 지급이 개인을 기준으로,그리고 소득을 기초로 결정되기 때문에 전업주부의 경우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남편의 연금과 합하게 되면 이 부부는 최저생계비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치료법에 연금수령 지연(遲延)에 따른 가산제 도입을 포함시킨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상당수의 선진국들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조기 은퇴 경향을 억제하기 위해 은퇴를 늦출수록 연금을 더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정상적인 은퇴연령보다 일찍 은퇴하는 것을 억제하고 또 되도록 은퇴를 늦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있도록 해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처럼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경우 이러한 조기 은퇴 억제와 지연 은퇴 유도야말로 국민연금제도의 틀 안에 갖춰야 할 필수품인 셈이다.

이제 국민연금의 수명은 연장됐다.

내친김에 공무원연금,사학연금,그리고 군인연금의 고질병 치료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에 따른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도 떳떳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