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명의 장인이 100년 기술로 만드는 1000만원짜리 신사복, 스프링 하나도 손으로 깎아서 제작하는 1억원짜리 시계….

철저한 수제(手製) 생산으로 한정된 수량만을 제작,전세계 최상류층만을 상대로 판매하는 초(超)고가 명품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 상륙하고 있다.

이들 '수제 명품'의 공통점은 신사복과 손목시계 등 중·장년 남성 명품족들을 겨냥한 브랜드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명품시장 최후의 수요층'으로 꼽히는 중·장년 남성용 초고가 명품 브랜드가 속속 한국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국내 명품시장이 '완성'단계에 들어섰다는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수제(手製) 명품' 잇따라 상륙

100% 현지 수작업 '초고가 명품' 몰려온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사복 브랜드 키톤은 오는 23일 그랜드 하얏트호텔 지하 1층 아케이드에 첫 매장을 연다.

다음 달엔 서울 강남권 백화점에 추가 매장을 낼 계획이다.

바쉐론콘스탄틴,브레게,파텍필립이 이미 들어와 있는 손목시계 '5대 스위스 수제명품' 시장에서는 롯데 에비뉴엘이 이달 중순 블랑팡을 들여오고,마지막으로 남은 오데마피게와도 도입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이르면 연내 5대 명품 브랜드가 모두 국내에 둥지를 틀게 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수제 명품' 돌풍이 거세다.

벤틀리,마이바흐에 이어 10억원을 호가하는 엔초페라리,람보르기니 등이 올 하반기에 등장할 예정이다.

페라리는 최근 운산그룹이 수입권을 따냈고,람보르기니는 벤틀리 아우디의 수입사인 참존임포트가 들여올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키톤과 함께 신사복 브랜드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아톨리니가 신세계 분더샵에 작년에 입점했고 남성 구두의 최고 명품인 존롭,벨루티 등도 지난해 한국에 상륙했다"며 "한국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세계 수제 명품의 전시장 대열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뭐가 다르기에…

수제 명품이 몰려오는 것은 루이비통 등 양산(量産)형 명품 브랜드에 식상한 최상위 소득계층에서 '차별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태국 등 제3국 생산기지에서 대량 생산,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시즌을 넘긴 상품에 대해서는 할인판매까지 하는 '대중화된 명품'과 달리 이들 수제 명품은 '100% 현지 생산,장인들의 수작업'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5대 브랜드'에 속한 시계들은 나사와 스프링까지도 손으로 깎아서 만들며 뚜비옹(tourbillon=지구 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제거하는 장치),미닛 리피터(minute repeater=전자장치 없이 시계 태엽만으로 시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장치) 등 극소수의 장인만이 펼칠 수 있는 기술을 담고 있다.

박상옥 에비뉴엘 시계 담당 과장은 "뚜비옹을 갖춘 시계는 장인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인 데다 명품 시계의 브랜드별 연간 생산량도 1만개(한국 할당량은 100개가량)를 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 가격이 1억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신사복 브랜드 키톤은 350명의 장인이 최고급 원사를 사용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6500만달러짜리 한인세탁소 주인 소송 사건'에도 키톤이 등장,관심을 끌기도 했다.

키톤의 수입사인 코너스톤CIG의 박정준 이사는 "소송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고소인인 피어슨 판사에게 편지를 보내 1000만원짜리 키톤 정장과 한국 왕복 항공권,관광 비용 일체를 줄테니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